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로(0)'에 수렴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부쩍 증가세다. 마리아나관광청 집계 결과 지난달 미국령 사이판에 방문한 한국인 패키지 여행객이 2800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판은 트래블버블(TravelBubble·비격리여행권역) 체결 여행지로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마리아나 관광청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한 지난해 11월 모객 기록인 2100명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1분기 사이판 모객이 12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18% 늘었다. 여행형태도 골프, 허니문, 가족여행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대확산세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수치다. 통상 해외여행은 정치·경제·자연재해·감염병 등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신규확진자가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로 방역봉쇄가 풀렸던 지난해 연말보다 여행심리가 오히려 더 개선된 것이다. 업계에선 여행 보복심리가 코로나 리스크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가 그 동안 여행수요를 억눌렀지만, 2년 넘는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커지고 여행에 대한 향수가 커지면서 감염병 리스크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판은 자가격리 제한이 없는 만큼 여행객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가로막는 요소가 코로나19 자체에서 거리두기나 자가격리 등 방역조치로 옮겨졌단 뜻이다.
여행산업 회복을 노리는 해외에서도 자가격리 등 입국제한 조치 완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태국이 지난달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한해 사실상 외국인 전면 입국을 허용했고, 호주도 2년 만에 봉쇄를 풀고 관광객의 입국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도 여행봉쇄 해제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간 15억명에 달했던 국제여행 수요를 선제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내 여행업계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위생·안전에 방점을 둔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노랑풍선도 최근까지 하나투어를 이끌던 김진국 전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채비에 나섰다. 인터파크투어를 인수한 야놀자도 해외여행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지방공항에서도 사이판, 베트남 다낭 같은 국제선 노선 재개를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여행산업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새 정부의 빠른 방역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업종 특성 상 사업재개를 위해 상품구성·모객·현지 네트워크 정상화 등 2~3달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윤석열 당선자 취임 직후 변화가 있어야만 하반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 특별여행경보단계 주의보에 트래블버블 지역인 사이판이 포함돼 있는 등 부처간 혼선도 다듬어야 한단 지적이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오미크론이 정점으로 가고 있고, 국내방역도 완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자가격리 조치 등 해외여행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현재 여행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있고, 현지 여행사·가이드 네트워크도 다시 확보해야 하는데다 러시아 사태로 유가 상승 압력도 있어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발빠른 방역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관광산업과 관련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행업 손실보상제 적용을 추진하고 제주도에 관광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이 눈길을 끌었지만, 해외여행재개 등 관광생태계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은 다소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붕괴직전인 관광 생태계를 회복하고 국제관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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