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최악 경기침체 온다"…에너지 전쟁으로 번진 우크라사태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2.03.09 15:46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원유·니켈 등 원자재값 급등…
바클레이 "브렌트유 200달러 넘는 최악 상황 올 수도"…
유럽 국가, 러시아산 가스·화석연료 의존도 절반 육박 …
"수입 금지시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로 경제둔화 불가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산 에너지에도 가해지면서 국제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출렁거렸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박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 회복의 둔화 움직임도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큰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맞먹는 경제침체에 빠질 거란 경고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서방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 및 규모 축소 발표에 국제유가는 또 치솟았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한으로 공급차질이 심화할 거란 불안감 때문이다. 러시아는 하루평균 450만 배럴의 원유와 250만 배럴의 원유 관련 상품을 수출하는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94% 급등한 배럴당 129.3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9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았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날보다 3.6% 오른 배럴당 123.70달러로 올라,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갤런당 4.173달러를 기록, 1년 전보다 50.4% 오른 동시에 2008년 7월의 이전 최고치(4.114달러)를 웃돌았다.

니켈·알루미늄 등의 선물 가격도 급등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니켈 가격은 톤(t)당 10만1365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4일(3만달러)보다 무려 3배가량이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도 약 13% 상승한 t당 38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켈은 대부분의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핵심 성분으로, 러시아가 세계 3위 생산국이다.



통제 불가능한 물가에…"유럽,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최악의 상황 올 수도"


월가는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당분간 지속되고,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EU의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미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러시아산은 약 3%에 불과하다. 하지만 EU는 사정이 다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전체 가스와 화석연료 수입량 중 러시아산은 각각 41.1%, 46.7%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총 275억달러(약 33조9762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했다. 원유 수입 비중은 26.9%로 가스와 화석연료 보다는 적지만, 미국의 의존도보다 8배 이상이 높다.

유럽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EU는 풍력·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개발 가속화와 미국 등 다른 국가와 가스 공급 논의 등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입 축소 대응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기적인 대응책이라고 지적, 이번 제재에 따른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자 캐롤라인 베인은 "러시아 에너지 무역의 붕괴는 유럽의 전력 공급망을 파괴하고, 인플레이션 추가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높은 에너지 가격은 농산물, 산업금속의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60달러 오를 것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번째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봤다.

투자은행 바클레이는 최악의 경우 브렌트유가 200달러 이상으로 뛸 것이라며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7%포인트(p) 낮은 2.4%로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9%p 높인 5.6%로 제시하며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과 물가상승 동시 발생)보다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제재에 따른)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잠재적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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