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똑똑한 '金민지'의 등장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이용안 기자 | 2022.03.14 13:36

[MT리포트-슬기로운 '김민지' 세대]

편집자주 |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서 살아가는 MZ세대는 금융에서도 이전세대와 다르다. 예전처럼 '금융문맹'으로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된다는 위기감이 돈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그들은 1원 단위로 쪼개 금융을 활용한다.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어 똑똑해진 그들이 '金민지(금융+MZ세대)'다.

#34세 김민지씨 가족의 월 실소득은 418만원, 이 중 3분의 1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다. 1년 동안 소득은 4% 늘었는데, 빚은 13%가 늘었다. 은행은 저축보다 빚을 내는데 더 익숙한 곳이다. 금융권에 쌓인 빚은 8455만원으로 어느새 빚이 저축액(주식 포함)의 1.5배가 넘는다. 현재는 저축과 주식이 주요 재테크 수단이지만 결국 돈을 벌려면 '부동산'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나도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움직여야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수시로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를 돌며 정보를 수집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20~30대 MZ세대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이전 베이비붐, X세대처럼 저축으로 재산을 불리던 시대는 끝났다. '파이어족'(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를 꿈꾸는 MZ세대에게 금융은 필수다. 똑똑한 '金민지(금융+MZ세대)'의 등장이다.



베이비붐· X세대와 다른 금융환경, '김민지'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황이 김민지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MZ세대의 특징으로 "저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된 환경을 극복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저축보다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1.05%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인 것을 고려하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다. '연 10% 금리'효과라는 말에 청년희망적금에 290만명이 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전 세대는 달랐다. IMF가 터지기 직전인 1997년 정기예금의 금리는 10.6%였다. '청년희망적금'과 같은 예적금 상품이 그때는 흔했다. 1998년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3.4%까지 올랐다. 우대금리를 더하면 15% 이상의 적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시기였다.

이후 금리는 지속해서 떨어졌고, 2013년에는 3%가 깨졌다. 1980년대생인 MZ세대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시기와 겹친다. MZ세대는 '저금리를 극복'할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고,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으로 눈을 돌렸다.

한때 제기됐던 '금융문맹' 우려는 떨쳐냈다. 2020년 진행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결과 30대의 금융지식 수준은 76.7점으로 전세대 평균(73.2점)보다 높다. 2018년 조사에서는 OECD 평균을 밑돌았으나 이제는 훌쩍 뛰어넘는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MZ세대의 경우 이전 세대보다 자산형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 금융에도 관심을 자연스레 많이 두게 된 것 같다"며 "이전 세대만 해도 자산형성을 위한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MZ세대는 이를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모바일 활용 빠른 금융 정보 습득...과도한 '빚투'는 경계대상


디지털과 모바일 친화력은 김민지의 강점이다. 유튜브와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금융 정보 습득력이 빠르고, 이해력이 높다. 금융사들이 언택트 서비스를 하면서 접근이 쉬워진 것도 MZ세대가 투자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2020년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열풍이 불었다. 2020년 20~30대의 신규 증권계좌 개설 수는 483만개로 전년 대비 3.4배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513만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했다. 국내 주식투자자 3명 중 1명은 MZ세대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금융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한 가상자산 거래 이용자수 중 20~30대가 55%(308만명)를 차지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내부보고서를 통해 "MZ세대의 재테크에 관한 관심과 열망이 거래가 직관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가상자산과 주식투자로 표출"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도 빼놓을 수 없다. 전경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민지는 미래 자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을 1위(36.1%)로 꼽았다. 2019년 주택구매 중 MZ세대의 비중은 25.5%였으나 1년 만에 30.8%로 상승했다. 어느새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됐다.

김민지는 빈틈없는 '짠테크'도 보여준다. 신한카드의 '더모아카드'는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자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았다. 상품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한 1원 단위 결제 방식으로 혜택을 찾아갔다. 김민지는 적금에 가입할 때도 1만원이라도 더 이자를 받는 방법을 찾아내 서로 공유한다.

금리 인상 등 상황변화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예상을 뛰어넘은 청년희망적금의 인기가 단적인 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상품 설계 당시와 달리 시장금리 상승 등 경제여건 변화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는 경계대상이다. 또 짠테크를 찾다가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MZ세대는 모바일,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를 잘 활용해왔다"며 "가상자산은 정부의 실질적인 제도 정비 속도가 늦은 편인데, 이러면 부실투자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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