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X맨' '尹 선대위원장'…與 대선 패배 책임론 분출할 듯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 2022.03.10 05:17

[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각각 서울 청계광장, 서울광장, 홍대 앞에서 마지막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헌정사상 최소 격차인 0.8%포인트(잠정 27만여표) 석패지만, 집권 5년만에 정권을 넘겨준만큼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싼 당 내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선거 전략과 운영을 선두에서 맡으면서 각종 구설로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킨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를 대권주자로 키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정권교체론의 원죄가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를 두둔했던 방송인 김어준 등 친여권 인사들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었다. 지난 5년 간 집권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막말·인사참사 얼룩진 송영길…'이심송심' 에서 '당대표 리스크'까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 지도부 사퇴는 예견된 수순이지만 특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송 대표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동안 거친 표현과 막말로 야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선대위 인사 실패 등 논란을 자초해 온 측면이 있다.

송 대표는 이 후보와 당내 비주류, 광역단체장 출신 등 공통점으로 경선과정에서 부터 '이심송심(이재명 마음이 송영길 마음)'으로 불릴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송 대표의 행보는 당심을 모으지 못하고 삐걱거렸다. 지난 1월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라고 한 발언으로 친문 인사는 물론 당내 다른 계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과 여권 전체의 결집이 절실했던 상황에서 '대표 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의전 논란 의혹 다시 "나도 아프면 비서가 약을 사다준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상대 후보를 향한 거친 언사도 역풍을 맞곤 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윤 당선인의 돌 사진이 공개된 당시 돌상에 놓인 화폐를 '엔화'라고 공격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오히려 사과를 했다. 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윤 당선인에게 사석에서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국정농단을 우려된다고 말해 시민단체가 인권위에 제소하는 일도 있었다.

인사 실패도 이어졌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인사인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는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면서 선대위의 인사 검증 자체에 불신을 초래했다. 이 후 조 교수의 상임선대위원장 자진 사퇴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돼 후보가 직접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삼고초려 끝에 조 교수를 직접 발탁한 것도 송 대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체급 키워준 추미애…尹선대위원장·X맨 오명도


이번 대선 패배의 근간에는 후보자 간의 인물 우위보다는 '정권교체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정권교체의 진원지가 된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의 핵심 인물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막판까지 유세에 참여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대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추 전 장관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저격하며 '꿩(윤 후보) 잡는 매(추 전 장관)'를 자처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야 말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에 대립하면서 윤 당선인을 대선 후보로 키워 준 측면이 컸다.


추 전 장관은 취임하고 검찰 인사를 시작으로 윤 당선인과 1년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징계 위원회 개최, 직무 정지, 행정 소송 등 사상 초유의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검찰개혁은 미완에 그치게 됐다.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의 성과는 있었으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추-윤 갈등이 거듭될수록 검찰총장 신분이었던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등 추 전 장관의 행보에 '윤석열 선대위원장', '민주당 X맨', '추미애국보수' 등 오명을 얻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명예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울산 동구 대송농수산물시장 앞에서 유세차에 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권교체론'진원지, 깊게 베인 조국 사태의 칼날과 文정부 심판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정권교체의 씨앗이 된 조국 사태의 그림자는 깊다. 지난 총선부터 이번 대선까지 줄곧 이어진 당 지도부와 이 후보의 '사과'에도 불씨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과의 진정성이 없어 보인 탓이었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내로남불 정서가 진보진영의 와해를 불러왔고 이른바 아빠찬스는 2030세대를 등돌리게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을 비호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 등도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졌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조국사태 당시부터 최근까지도 "온 가족이 도륙당했다", "불쌍하지 않느냐" 등의 발언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물론 일부 여권 지지자들로 부터 공분을 샀다.

김어준씨 역시 편파적인 언사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김씨는 지난 해 10월 2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은 혼자 여기까지 온 사람, 도와줘야한다"는 발언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 심의 중이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그대로 진행해 논란이 됐다. 여기에 김씨의 편파적인 진행은 중도층과 2030 청년 세대의 반감을 사며 그대로 후보 이미지에도 전이됐다.

무엇보다 이번 진보진영의 패배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5년 간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 이면에는 국정 운영 책임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미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과 탄핵, 촛불 정신을 기반삼아 집권했지만, 조국 사태, 검찰개혁, 위성정당 사태, LH사태, 부동산 폭등 등의 실정이 이어졌다. 선거기간 내내 견고하게 유지됐던 정권교체론은 집권여당의 대선 패배 근원이 됐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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