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a'까지 내렸다. 'Ca' 등급은 총 21단계로 나뉘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가운데 20번째로, 최저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사실상 부도를 의미하는 'C'의 바로 직전 단계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3일 신용도 중간 등급인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3'로 6단계 낮춘 데 이어 또 다시 4단계 강등했다. 사흘 만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단계 낮춘 셈이다. 무디스 측은 "이번 추가 강등은 러시아의 채무 변제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Ca 등급 수준에서 회복 기대치는 35~6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 외 다른 신용평가사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크게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에 이어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로 총 8단계 끌어 내렸다. 이는 총 23단계인 S&P 신용등급 가운데 19번째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D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위다. S&P는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때 이 등급을 부여한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BB에서 6단계 아래인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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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묶인 자금…고의 디폴트 악용 우려도 ━
현재 러시아 정부가 갚아야 할 루블화 채권은 3390억루블(3조4650억원) 규모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 112억루블(1145억원)의 이자를 갚았다. 문제는 달러화 채권이다.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 갚아야 할 달러화 국채는 390억달러(47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790조원)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지만 러시아 수중에는 당장 가용할 외화가 넉넉하지 않다.
외환 보유액 중 4000억달러(490조6800억원)이 미국 뉴욕·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에 있는데 경제제재로 자금이 완전히 동결된 상태다. 러시아 곳간에 있는 달러 외환 보유액은 120억달러(14조7000억원) 남짓이다.
러시아는 다급히 법령을 뜯어 고쳐 외국 채권자들에게 빌린 부채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JP모건 측은 "러시아가 채권자들에게 루블화 지불을 결정하는 순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변제를 촉발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오는 16일 만기인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1억1700만달러(1435억원) 상환 조건에는 루블화 지불 옵션이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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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디폴트 빠질 것…루블화 가치 계속 추락"━
하지만 시장에선 러시아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에 대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러시아 국채를 받아줄 투자자는 없다. 그나마 유통되는 러시아 국채 값도 반토막 났다.
러시아는 자국 내 달러가 유출되지 않도록 증권거래를 중단했다. 내국인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살 경우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한편 1만달러(1200만원) 이상 외화를 소지한 자국민의 출국도 금지했다.
미국 투자금융사인 윌리엄 블레어 측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5년물 기준 CDS 보증료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9%에서 지난 2일 21%까지 치솟았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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