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 오른 금리에 당시 세계 경제는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에 빠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979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를 기록했다. 1980년 1분기에는 6.25전쟁 이후 최초로 -1.6% 역성장을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은 29%로 급등했다. 월급 생활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에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미친듯이 급등하면서 '3차 오일쇼크' 공포에 주식시장이 또 다시 휘청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가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가 임박했다고 발표하자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2조원 가까운 주식을 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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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전쟁' 나비효과...3차 오일쇼크 공포, 코스피 덮쳤다━
1,2차 오일쇼크는 모두 중동전쟁과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원인이었다. 유동성 확대와 재정지출이 크게 확대된 인플레이션 국면에 발생한 전쟁, 이어진 유가 급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 세계 물가 급등으로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앞둔 시점에 러시아가 우크라 전쟁을 일으키고 유가가 급등한 지금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비철금속 생산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며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거의 모든 종류의 원자재 가격을 자극하며 이미 진행 중이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중 한때 18% 폭등해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30.50달러까지 뛰어올라 두 유가 모두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가파른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100%에 이르는 한국 증시에 원자재 가격 폭등은 경제와 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을 필두로 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 이는 증시 반등을 가로막는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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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폭등에 올라타자" 금, 은, 니켈, 팔라듐, 원유 ETN, ETF '급등' ━
지난 3일 한화천연자원펀드에는 102억원의 뭉칫돈이 갑자기 유입됐다. 천연자원(원자재)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설정액 규모가 약 1200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하루 만에 100억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이다. 이 펀드는 선진국의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예상되자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5.25%에 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밀을 비롯한 국제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은 50여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금, 은, 팔라듐과 같은 귀금속을 비롯해 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대두와 밀, 옥수수 등 농산물까지 거의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상품이 줄줄이 폭등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34.61% 올랐고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 또한 전일대비 33.98% 급등했다. 이들은 원자재 선물 가격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리스크가 진정되지 못한 국면에 벌어진 우크라이나발 에너지 가격 불안은 과거 1~2차 오일쿄쇼크 당시의 스테그플레이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우크라 사태 장기화시 고유가 부담은 물론 부도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를 확산시키며 고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고유가 상황에 취약한 국가로, 향후 우크라 사태의 장기화가 가장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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