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광화문]

머니투데이 양영권 사회부장 | 2022.03.08 04:30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추이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확진자가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사망자까지 늘고 있지만 오미크론을 먼저 겪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정부 발표대로 엔데믹(풍토병) 초입에 들어선 건 분명하다. 정부는 백신패스와 확진자 동선 추적을 중단했다. 확진자 격리 기간도 축소했다. 일부 지자체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과 동급인 제1급에서 계절 독감 수준인 제4급으로 변경해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상황도 기승전결의 '전'에 가까워졌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과거 인류가 겪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시대의 전환점이 됐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교회의 권위를 끌어내리고 봉건질서를 무너뜨려 중세의 종말을 앞당겼다.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은 무역량 감소와 경기 후퇴, 대공황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결국 독일 나치스로 대표되는 전체주의의 득세를 불러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확산세가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잡힌다고 해도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사회는 같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국가 관계, 개인의 인권, 산업·고용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외적으로는 국가간, 인종간 장벽을 높게 세웠다.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가 확산됐고, 미주·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아시아인 증오범죄로 이어졌다. 물리적인 이동은 어려웠지만 SNS를 통한 가짜뉴스 전파는 빨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물리적인 장벽은 허물어지겠지만 이전처럼 안전하고 자유로운 여행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국가간 정서의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글로벌 밸류 체인(GVC)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혐오가 확산된 것은 국내라고 다를 게 없다. 코로나19는 성적 소수자와 비주류 종교, 또는 정치적으로 성향이 다른 지역을 배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나중에는 백신 비접종자에 대한 차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개인의 일상에 대한 통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었고,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녀간 장소마다 기록을 남겨야 했다. 집회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또한 유보돼야 했다.

경제 측면에서 코로나19는 기존의 고용 구조를 흔들었다. 제조업,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비대면이 확대됐다. 이는 디지털 경제의 성장과 맞물려 노동을 소외시킨다. 코로나19가 21세기판 '인클로저 운동(16세기 영국에서 지주들이 양을 방목하기 위해 땅에 울타리를 치자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난 사건)'을 촉발한 것이다.


급속하게 늘린 재정지출은 세대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원년인 2020년 역대 최대인 71조2000억 원에 이르렀고 작년에도 30조 원에 달했다. 올해 역시 7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나랏빚을 현세대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갚을 것이냐 아니면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길 것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갈수록 가열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겪은 코로나19는 존중보다는 혐오, 자유보다는 통제, 공존보다는 소외, 화합보다는 갈등과 함께 왔다. 코로나19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불러들였거나 증폭된 것들이다. 과거의 팬데믹 사례를 보면 변화한 관계와 태도는 바이러스보다 오래 지속되며 새로운 시대의 동력이 된다. 혐오, 갈등, 소외, 통제라는 감정과 상태는 소유한 자가 반드시 타락하게 돼 있는 절대반지와도 같다. 그들이 시대정신이 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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