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가맹점주들은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한 카드사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협상력이 떨어지는 동네마트에 수수료를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는 반면 적격비용에 따라 산정된 적합한 수수료율이라고 항변한다.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분을 전가한 것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이들의 대립은 을(乙)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시나리오대로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하는 가맹점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해야 하는 카드사들은 '을'이다. 단체협상권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통보받는 일반가맹점도 역시 '을'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우월적 지위에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는 통신사, 백화점 등 초대형 가맹점에 빗대도 을이다. 실례가 있다. 카드사들은 3년 전 현대차에 0.2%포인트 가량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고 가맹계약을 해지하자 결국 현대차가 제시한 수수료를 받아들였다. 이를 지켜본 동네마트 사장님들이 '왜 초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야 하냐'고 하소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금융당국은 침묵한다. 일반·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각 카드사와 가맹점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2018년 카드 수수료 체계 조정안 발표 당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대형가맹점보다 일반가맹점이 카드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여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침묵이 길어져선 안 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법제화(2012년) 이전인 참여정부 말부터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에 개입을 시작한 전례도 있다.
영세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개입으로 '표'를 챙겨왔던 정치권도 '나몰라라'다. 작년 말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카드업계에 당근으로 제시한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가 단순히 '시간벌기용'이 아니라면 정치권은 카드업계와 일반가맹점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