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헌혈 참여 플랫폼 '피플'이 개설한 카카오톡 대화방엔 끊임없이 헌혈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질병과 싸우면서 헌혈이 필요한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해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사연이 담겼다.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은 낯 모르는 이를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나섰다.
피플은 헌혈이 필요한 환자와 피를 나누는 헌혈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환자가 자신의 사연을 올리면 헌혈자가 수혈자를 지정해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재학생들이 2019년 10월 힘을 모아 시작한 공익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700여명의 환자에게 붉은 천사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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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지정헌혈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혈액을 구하기 힘든데다 기관별로 환자 한 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혈액양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피플에 모인 헌혈 경험자들은 지정 헌혈을 통해 자신의 혈액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B씨(31)는 "이달 초에 재왕절개 수술 때문에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처음으로 지정헌혈을 했다"며 "저도 재왕절개 출산을 했는데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에게 헌혈을 해서 뿌듯한 경험"이라고 했다. 또 "내 피가 나에게 있을 때보다 수혈자에게 있을 때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 50회 가까이 헌혈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C씨(19)는 "지난해 여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시는 분에게 두 달에 걸쳐 헌혈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퇴원을 하시면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일반 헌혈을 10회, 지정헌혈을 24회 가량 했는데 지정헌혈을 했을 때는 직접적인 연락이 오고가는 경우가 있다보니 감사를 받고 큰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라고 했다.
이들은 누구나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달라고 했다. 헌혈을 49회 했다는 A씨(31)는 "누구라도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의 도움을 바라게 될 수 있다"며 "나중에 내가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을 먼저 겪는 분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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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년차를 맞은 피플은 김 대표를 비롯해 서울과기대 박진서씨(25), 세종대 김현욱씨(24), 평택대 고지훈씨(25)가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동덕여대 홍승희씨(24)가 디자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서비스라 팀원 모두가 교통비도 받지 않고 공모전 등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저희 모두 경제적인 이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며 "헌혈 문제를 시작으로 우리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희망이 되는 서비스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민간 사회안전망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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