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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용역 결과서 세부 계획, 정부와 논의 ━
서울 내 지상으로 다니는 철도는 국철이 71.6㎞, 도시철도가 29.6㎞로 총 101.2㎞에 달한다. 서울 내에 차량기지 면적은 국철이 1.8㎢, 도시철도가 2.8㎢로 4.6㎢를 차지한다. 특히 지상철도 대부분은 서울 중심지를 지나고 있다. 지상철을 지하화하면 도시공간 단절 해소, 주변 지역 노후화, 소음·진동 등 환경적인 부분 개선과 서울 중심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인 이른바 '연트럴파크'는 경의선의 지상철 부분을 지하화하고 지상구간에 공원을 만든 사례다.
지상철의 지하화 추진은 선거때마다 공약으로 나올만큼 지상철 인근 주민의 민원이 쏟아지는 문제다. 서울시도 이미 여러차례 관련 용역을 진행한 바 있지만 막대한 예산과 예산 투입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번번히 접어야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에 예산안 마련 카드를 준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굉장히 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지상 공간을 활용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면 상당부분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공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소요예산은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2013년 용역에서 지하화 대상 구간을 지하철1·2호선 구간과 국철구간인 경인선·경부선·경의선·경원선·중앙선·경춘선 등 총 86.4㎞의 지하화에 드는 예산을 총 38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지하철 9호선 공사비를 기준으로 하면 2호선 4개 노선(총 21.9㎞) 공사비만 최소 3조원 이상이 든다"면서 "노선 확대와 시공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실행 시점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표 대표는 "1호선·2호선 지하화 공사를 하더라도 기존 지하철 운행을 멈출 수는 없다"면서 "지상철 주변으로 녹지가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지하철2호선처럼 주변에 상권과 건물들이 가까이에 있으면 기존 지하철을 운행하면서 지하화 공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철2호선 고가구간과 한강통과구간은 기존선 운행 중에 공사가 어렵고 노선 주변의 밀집된 건물, 지반상태 등을 고려하면 공사비를 떠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과 각종 민원에 휩싸일 수 있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지상철 지하화에 따른 인근 부동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굉장한 호재를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지하화가 어디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만 돌아도 집값은 들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가장 먼저 지하화 추진을 검토하는 지역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사울시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단계적인 추진 일정이 나오겠지만 계획이 나오더라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정부와 상의해야 한다"면서 "어디까지는 방안일 뿐"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하화 노선의 70%가 국철인만큼 정부와의 협조도 사업 추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정부가 꾸려지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제성 확보, 재원마련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며 "서울시가 지상철 지하화와 관련 나름 계획을 갖고 있고 대선 후보들도 공약을 했기에 추후 인수위가 구성되고 신정부가 출범하면 범위, 재원부담 처리 방안 등을 정부차원에서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상철도 부지 활용해 공공재원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 상부구조를 어떤식으로 개발할 것인가, 개발이익 환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맞물려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예산 마련을 위해 지상 공동개발이나 민간주도 개발을 진행하게 될 경우 대장동 개발 사업처럼 필요이상의 혜택이 특정 민간에게 주어질 경우 이슈가 되는 등 논란의 소지가 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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