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돼지 50만마리 건강관리, 생산성 껑충…"해외서도 러브콜"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22.03.21 14:19

[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한국축산데이터, 가축 건강관리 솔루션 '팜스플랜'으로 해외공략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돼지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먹는 품종이 3가지 정도입니다. 사람은 백인, 흑인, 황인의 유전자가 달라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 표준화가 어렵지만 돼지의 종자는 데이터 표준화가 가능합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AI 및 생명공학 기반 가축 건강관리 솔루션 '팜스플랜'을 국내 돼지에 처음 적용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돼지는 소, 닭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려 건강관리 난이도가 높다"며 "따라서 돼지의 건강관리에 성공하면 소, 닭 시장으로의 확장은 물론 세계화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해외진출에 성공한 국내 몇 안되는 애그테크 스타트업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 4년만인 2021년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고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도 성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에만 의지하니 데스밸리 못 넘었다"



경 대표의 학력과 경력은 화려하지만 의외의 측면이 있다. 그는 대학 때 컴퓨터공학과에서 전산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첫 직장은 자산운용사였고 당시 종목 투자를 위한 사내 리서치 업무를 수행했다. 경 대표는 한국축산데이터의 창업 계기 중 하나로 당시 닭 관련 산업을 분석했던 경험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1차 산업이 아니라 약품, 질병, 사료 등 다양한 산업과 연동되는 지식융합산업이었다"며 "특히 먹거리와 연결되는 흥미로운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축산데이터가 첫 창업은 아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창업 관련 연구를 하다가 머신러닝 기반 마케팅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2015년 1월 첫 창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3년을 넘지 못했다. 다시 서울대에서 바이오인포메틱스(생물정보학)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다가 2017년 11월 두 번째 창업을 한 게 한국축산데이터다.

경 대표는 "첫 번째 창업은 기술을 적용할 곳을 찾았기 때문에 성장동력이 약했다면 두 번째 창업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피보팅(Pivoting·사업전환)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적 의식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면서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축산 건강 모니터링 국제 표준 만든다


/사진제공=한국축산데이터

/사진제공=한국축산데이터
한국축산데이터는 국내에서 팜스플랜을 통해 돼지 50만 마리를 관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돼지의 5% 수준이다. 팜스플랜은 가축의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축사에 설치된 카메라(CCTV)를 통해 머신비전 기술로 가축의 체중, 활동성, 행동패턴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증상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기준 총 40만건 이상의 돼지, 소, 닭에 대한 AI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아울러 주기적인 채혈과 유전자검사로 가축의 면역력 데이터를 수집한 후 AI로 분석하고 건강상태를 진단한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수의사가 맞춤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질병 예방은 물론 항생제 사용량과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실제 팜스플랜을 이용한 농가는 항생제 사용량을 최대 83% 감소시키고 생산성 지표는 최대 30% 높이는 성과를 보였다.


경 대표는 "세계적으로 농가가 줄면서 규모는 대형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관리가 힘들어져 가축이 질병으로 죽은 후에야 항생제를 처방하는 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팜스플랜은 카메라 영상분석과 함께 혈액검사로 질병 면역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의사의 임상학적 전문가 소견까지 융합해 독보적인 가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에 전세계서 러브콜




팜스플랜은 전 세계 가축 건강관리 솔루션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시장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알아서 찾아올 정도다. 경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농장관리가 필요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인도를 비롯해 프랑스,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대형농장에서 먼저 대사관, 월드뱅크 등을 통해 연락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지난해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해 현재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4개국에 팜스플랜을 공급하고 있다. 경 대표는 "각국 특성을 고려해 현지법인을 세우거나 파트너를 구해 진출하고 있다"며 "2500마리의 젖소를 관리하는 인도에선 수의사를 채용했고, 말레이시아와 미국에는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 건강관리 솔루션에서 나아가 안전 먹거리 제공으로 사업영역도 확장했다. 경 대표는 "재작년부터 팜스플랜 프로그램으로 건강관리를 받은 돼지고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팜스플랜 돼지고기를 아예 메뉴화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마케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과 협업해 소시지와 우유, 달걀, 소고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경 대표는 "똑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누가 관리했느냐에 따라 와인의 가격이 달라진다"며 "전세계적으로 팜스플랜으로 관리하면 항생제를 덜 쓰는 안전한 먹거리라는 프리미엄 가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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