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복원전' vs 李 '감원전'..."새 정부, 원전 수명 늘려야"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3.03 16:59

[MT리포트] 이념적 '탈원전'을 넘어①

편집자주 |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흔들림이 감지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선 당분간 원전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 데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했다.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 '감원전' '복원전' 등의 백가쟁명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원자력 정책을 찾아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에너지 정책인 '탈(脫)원전'이 기로에 섰다. 대선이 일주일도 채 안 남은 가운데 거대 양당 대선후보 모두 원전 정책의 수정을 공언한 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을 줄이는 '감(減)원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을 되돌리는 '복(復)원전'의 입장에 서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생각하면 탈원전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유럽 등 전 세계가 공감한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의 역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저전원이 없고, 한국은 유럽과 달리 지리적으로 외국에서 전력을 빌려오기도 어려운 '에너지섬'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2017년 이후 5년째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검토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들의 수명연장 검토, 원전의 지속가능한 가동에 필수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탈원전 5년의 그늘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업이 중단된 원전은 △고리 1호기(설계 수명도래) △월성 1호기(조기 폐쇄) △신한울 3·4호기(건설중단) △천지 1·2호기(계획취소) △대진 1·2호기(계획취소) 총 8기다. 이 가운데 설계수명 도래로 일찌감치 폐쇄가 결정됐던 고리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7기의 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 사례다.

이 같은 결정은 한수원을 비롯해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한수원이 추계한 탈원전 손실금액을 살펴보면 월성1호기의 경우 조기폐쇄로 한수원의 유형자산 손상처분액 명목으로 56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의 경우 △두산중공업 주기기 제작비 4927억원 △지역지원금 1400억원 △공사용역비 1006억원△사업관리비 411억9000만원△기타 45억1000만원 등 7790억3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지선정 등 사업 초기단계에서 백지화된 천지 1·2호기의 경우 총 979억2000만원의 손실이 났다. 그나마 사업진척이 늦었던 대진 1·2호기에선 34억5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취소에 따른 손실만 추계한 것으로 전후방 연관산업 피해와 일자리 감소, 원전 운영에 따른 기대이익 등이 사라진 간접적 피해, 원전 가동률 축소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확보비용까지 더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직간접 사회적 손실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단계적 정상가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복원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최근 전 세계적 에너지 정책의 추세는 원전으로의 복귀에 가깝다. 프랑스의 경우 탈원전 기조를 접고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장 공격적인 '복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SMR(소형모듈화원전)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U(유럽연합) 역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서 원전을 녹색사업으로 분류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한국형 택소노미를 발표한 한국에서도 원전을 녹색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전력풀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탈핵론자들이 지적하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도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원전기술력에 비춰볼 때 과도한 우려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원전은 방사능 유출이 없도록 다중방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설비가 여러 개로 독립·분산돼 설계상 안전성을 갖췄다. 지진에 대한 대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한울 원전은 규모 6.5, 새울·월성·한빛·신한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도높은 안전성 검사와 보완이 이뤄졌다. 국내 가동 원전 전체가 7.0에 맞춰 성능이 강화됐다.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의 경우 유럽사업자요건(EUR)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다.

스위스 베른주 구타넨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지하연구시설 그림젤연구소 입구 전경. 알프스산맥 해발 1700m의 암벽 안에 연구소를 만들었다./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사진=유영호

다만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다. 국내엔 원전 이외의 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보관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가 위치한 월성원자력본부의 경우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의 증설이 결정되지 못했다면 올해 초 대구·경북지역 수요전력의 21.9%를 담당하는 월성 2·3·4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론 임시저장시설이 아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필요하다.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리 원전과 한빛 원전, 한울 원전이 2031~2032년 우선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 원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장시설의 83.8%가 포화됐으며 한울 원전은 저장용량의 80.8%, 한빛 원전은 74.2%의 포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80년 쓰는 美원전


고리원자력본부
두 유력 대선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가동되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예정대로 사용하되 신규 원전은 새로 짓지 않겠다는 '감원전'을 공약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의 즉각적인 재개를 포함해 원전의 활용도를 높이는 '복원전'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념보다 과학에 근거한 현실적 대안으로 신규 원전 건설은 자제하되 현재 40년인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원전 건설, 폐로 등의 금전적 비용과 부지 선정, 고압선, 고준위 폐기물 문제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25기(24.7GW)의 원전이 운영 중인데 2025년엔 총 26기가 가동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은 고리 2호를 포함해 총 10기다. 미국은 최근 설계수명 40년인 원전을 최대 80년까지 가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미국이 운영하는 원전 94기 중 86기(91%)의 수명이 연장됐다. 일본도 원전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역주민 등의) 수용성 문제 때문에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 사용연한을 연장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서 그린수소(무탄소 청정수소) 생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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