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집중한다더니…요양병원·경로당도 방역패스 중단, 왜?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2.03.02 14:20
방역당국이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지난 4개월간 고수해온 '방역패스'를 돌연 중단했다.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 개편된 방역체계와의 정합성 고려'가 결정의 주된 배경이다. 특히 당국은 이번에 요양시설, 경로당 등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들도 방역패스 잠정 중단 대상에 포함했다. 이미 "시설 운영이나 면회 중단 등 별도 보호관리체계가 가동 중"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는 등 확산세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당국이 또 한번 섣불리 방역완화 신호를 줬단 지적도 나온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설 명절 연휴를 앞둔 18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 비대면 면회실에서 면회객들이 면회를 하고 있다. 2022.1.18/뉴스1



방역패스 4개월 만에 중단…감염취약시설도 포함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돼온 방역패스가 이달부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발생 전까지 잠정 중단된다.

이에 △유흥시설 등(유흥주점·단란주점·클럽(나이트)·헌팅포차·감성주점·콜라텍·무도장)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식당·카페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실내) △파티룸 △마사지업소·안마소 등 방역패스가 적용되던 11종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해제됐다. △의료기관 △요양시설·병원 △중증장애인·치매시설 △경로당·노인복지관 등 감염취약시설에 입원·입소자를 면회할 때 적용하던 방역패스도 중단됐다.

이중 눈여겨볼 부분이 '감염취약시설 방역패스 해제'다. 당국은 지난달 28일 방역패스 잠정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주된 이유로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 개편된 방역체계와의 정합성 고려'를 내세웠다.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에 투입되는 보건소 진단검사 자원을 고위험군 확진자·동거인 검사에 집중하는 게 시급하고 최근 법원 결정으로 연령·지역별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달라졌다 등의 이유도 제시했다. 당국에 따르면 보건소 신속항원검사 수는 일평균 25만건, 이중 55.5%가 음성확인서 발급 목적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2일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백신접종률 속에서 여러 건의 법원 판결로 현장의 혼선이 누적되고 있는 점, 무엇보다도 지금은 보건소의 행정 부담을 줄여 그 역량을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고위험군 관리 집중'을 이유로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한다 해놓고 정작 감염 위험이 높은 감염취약시설까지 방역을 완화한 것이다.



당국 "별도 보호관리체계 작동"…그럼에도 "시기상조"


며칠 후 당국에선 별도 보호관리체계가 작동 중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부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감염취약시설 방역패스 해제 관련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면회를 금지하고 있다"며 "노인복지관, 경로당은 지난달 14일부터 전국 시설에 대해 운영을 중단했고 노인복지관은 비대면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미크론 유행 확산에 따라 방역패스 여부와 상관없이 취약시설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실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명에선 빠졌으나 의료기관도 전반적으로 방문객 면회를 엄격히 제한 중이다. 주치의 판단하에 불가피한 경우 접종완료자에 한해 허용, 시간제한 등이 제시된 기본 틀인데도 상당수 병원들이 면회 전면금지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허용된 상주보호자 1명에도 예방접종 증명서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지를 모두 제출하게 하는 병원도 생겨났다. 당국이 말한 방역패스 외의 별도 보호관리체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감염취약시설 방역패스 해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국민들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단 점에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는 "감염취약시설까지 방역패스를 해제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해야 했다"며 "감염취약시설까지 해제한 건 시기상조다.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취약시설 감염은 근무자들의 외부활동, 이직 등의 과정에서 주로 일어난다. 의료기관도 방역수준이 어딘 강력하고 어딘 약하고 의료기관마다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염취약시설도 방역패스 중단하는 마당에 다 중단하는거 아냐' 식의 전체 방역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잘못된 방역완화 메시지를 당국이 계속 전달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도 "방역패스 해제라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전문가들과 상의 후 단계별로 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 같은 감염취약시설은 감염되면 중환자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런 시설은 나름 이유를 가지고 더 있다가 (방역패스를) 풀었어야 했다. 한 번에 풀어버리면서 국민들이 긴장을 늦추도록 잘못된 신호를 주고 이로 인해 관리 시기까지 놓치게 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방역패스가 이미 유명무실해졌단 점에서 이번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의견도 있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접종을 위해 만든게 방역패스인데 고위험군은 대부분 백신을 맞았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고위험군은 위험한 시설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백신을 맞았다고 코로나에 안걸리는 상황이 아니다. 백신을 많이 맞는게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며 "극소수 일부를 위해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방역패스보다 팍스로비드(코로나 먹는약) 투여가 낫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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