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긴 우크라' 두배 뛴 반도체 소재…"현대차 4500억 손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정한결 기자 | 2022.03.02 05:30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가 핵심소재 확보와 가격 급등에 따른 비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자동차업계는 미국·유럽연합(EU)의 제재와 부품 공급난 등의 후폭풍으로 직접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손실이 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배값 달라"는 미중 배짱에 맘급한 반도체



1일 재계에 따르면 네온·크립톤·제논 등 반도체 핵심소재를 국내업계에 공급해오던 우크라이나 업체들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연락 두절됐다. 국내 소재업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업체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온 등 희귀가스는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 소재다. 지난해 기준 국내 네온 수입물량의 23%가 우크라이나산(産)이었다. 러시아에서도 전체 수입량의 5%를 들여왔다. 크립톤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48%, 제논은 49%에 달한다.

소재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업계에서 대체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소재업체들만이 아니라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에서도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에도 네온 가격은 10배가량 급등했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미국·중국 소재업체에서 기존 가격의 2배 이상을 요구한다"며 "공급난이 언제 풀릴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2배 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3개월 안팎의 국내 재고물량을 감안하면 당장 생산 차질을 빚을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정부가 한발 늦게 러시아 수출규제에 동참한 것도 우리 기업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온 원자재 물량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하는 방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실 전망 수천억"…불똥 맞은 자동차


(하르키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인근에서 치른 전투로 파괴된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러시아 비중이 큰 자동차 업계도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차는 이미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7만1811대를 판매했다. 10.3%의 시장 점유율로 전체 3위다. 기아는 20만5801대를 판매했고 시장점유율은 12.3%로 2위를 기록했다.

그룹 합산 실적으로 보면현대차그룹은 르노그룹(라다)에 이은 2위다. 특히 기아의 경우 러시아(글로벌 판매 비중 8%)는 국내(19%), 북미(27%), 서유럽(19%)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러시아 현지법인이 가장 많다. 국내기업의 러시아 현지법인 총 53곳 중 18곳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차그룹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선 연간 23만대를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제네럴모터스(GM)로부터 연간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보다 5.8% 늘려 잡은 러시아 판매량 목표 45만5000대도 달성이 요원해졌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손실이 4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 팀장은 "현대차는 최대 2000억원(지난해 순이익의 4%), 기아는 최대 2500억원(지난해 순이익의 5%)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5. 5 "회사 따라 지방으로 이사 가요" 집 팔았는데…'1억' 세금폭탄, 왜? [TheT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