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때문에 가격 다른것 아닌데…"이게 최선입니까?"[인싸IT]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2.03.02 06:08
/사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지난 25일 나온 '배달비 공시제'를 두고 배달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엉성한 조사로 배달 플랫폼 가격비교가 아닌 음식점별 가격 비교가 됐다는 것이다. 배달비를 잡기는커녕 소비자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12~13일 서울 25개구별 각 1개동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3대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로, 배민의 경우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과 묶음 배달을 따로 조사했다. 센터는 조사 대상 모두의 배달비가 동일했던 경우는 전체 129건 가운데 39건이었다고 밝혔다. 또 배달 거리가 3㎞ 미만일 때는 대부분 3000원이었고, 3㎞가 넘은 사례 중에선 6000원으로 책정했던 배민1과 쿠팡이츠의 경우가 가장 비쌌다고 설명했다.


배달비는 점주가 정하는데…배달앱 줄세우기?


/사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업계에서는 조사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은 전체 배달비 안에서 음식점주가 비율을 정하는 것인데, 이를 마치 배달앱에서 차이를 둔 것처럼 표현했다는 주장이다.

배달원(라이더)이 가져가는 배달비는 음식점주(배달료)와 소비자(배달팁)가 함께 부담한다. 배달 1건당 5000원의 배달비가 책정됐다면, 음식점주가 2000원을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나머지 3000원을 부담하게 하는 식이다. 음식점주가 배달료를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소비자가 온전히 5000원을 내게 할 수도 있다.

센터 측의 조사는 배달시장을 구성하는 구조에 대한 설명 없이, 소비자 부담 배달비라는 단순한 결과만 내놓으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주들이 배달비를 정하기 때문에 플랫폼별로 '어디가 더 싸다'라는 말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동구 A업체의 경우 배민 묶음배달에 1500원을 책정했지만, 같은 묶음배달이라도 요기요의 경우 4000원으로 정했다. 이는 양사의 중개 수수료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업주가 최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 소비자 부담분을 다르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간 배민이 이벤트를 통해 A업체 비용을 일부 보전해 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과 쿠팡이츠의 경우 기본 배달비는 6000원으로 동일하다. 조사 시점에는 양사 모두 프로모션을 통해 5000원의 배달비를 책정한 상태였다. 관악구의 B치킨집이 배민1에서는 배달비를 4000원으로 정하고, 쿠팡이츠에서는 3000원으로 책정한 것은 온전히 업주의 결정이었다.


문제는 '라이더 부족'인데…왜 배민·쿠팡이츠·요기요만?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인근 거리에서 배달오토바이가 빗길을 뚫으며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배달비가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에서 '배달비를 잡겠다'는 목적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실시간이 아닌 한 달에 한 번 공시하는 방식인데다, 특정 날짜를 정해 조사가 이뤄져 소비자가 실제 배달에 참고하기 어렵다. 배달비는 한파나 우천, 폭염, 축구중계 같은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할 때 수시로 오른다.

특히 배달비 상승의 핵심 원인은 라이더 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서비스 시장의 거래액은 총 25조6847억원으로 전년 보다 48.2% 증가했고, 2017년과 비교하면 무려 9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라이더 숫자는 배달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버겁다. 현재 전국 라이더는 4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 1위 배민의 월 배달 건수가 1억건을 넘는데, 40만명이 배민에서만 하루 평균 8건은 소화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가격 공시'를 해봤자 배달비 인하에는 효과가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3개 배달앱만 공시 대상인 점도 논란이다. 공공배달앱이나 배달대행사를 제외하면서 '배달비를 정확히 비교한다'는 당초 공시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참고할 만한 하나의 데이터가 나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조사 대상이나 방식 등에서 오해를 살만한 여지가 너무 크다"며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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