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포기하겠다"…유명 축구단도 대기업도 '러시아 손절'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2.02.28 13:54

[우크라 침공]영국 석유기업 BP, 30년 관계 끝…
푸틴 명예대사 박탈하는 등 스포츠계는 적극적,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지나는 항공편 '멈춤'

친우크라이나 시위대가 22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벤세슬라스 광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 도중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자국군에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AFP=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러시아에 대한 미국, 영국, 유럽 등 서방 진영의 경제제재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 산업계의 '러시아 퇴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CNBC·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에너지업체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으로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스네프트는 전쟁 발발 이후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BP는 이번 지분 매각 결정으로 250억달러(30조1625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소련 붕괴 후 가장 먼저 러시아에 진출한 업체 중 하나인 BP는 지난 2013년부터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보유하고,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로스네프트에 의존해왔다. BP의 로스네프트 보유 지분 가치는 140억달러에 달한다.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도 한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며 "이를 계기로 로스네프트에 대한 BP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됐다"고 지분 매각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FT는 "(러시아의 이번 침공으로) BP와 러시아 간 30년간 수익 관계가 잠재적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P의 '러시아 손절'이 러시아와 단절하라는 영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 콰시 콰르텡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영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BP의 결정을 환영했다.



푸틴 '명예직' 정지하고, 하늘 길 막고…지구촌 '러시아 지우기' 확산


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기업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도덕적·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며 빠른 속도로 '러시아 퇴출'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스포츠 분야에선 '러시아 손절'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침공 다음 날인 25일 각 연맹에 "러시아가 올림픽 휴전 결의를 위반했다"며 러시아나 벨라루스에서 예정된 스포츠 행사를 취소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IOC의 요구에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체조연맹(FIG), 국제유도연맹(IJF) 등은 러시아에서 열기로 한 모든 대회를 취소했다. 특히 국제유도연맹은 2008년에 부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예회장·명예대사 자격을 정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러시아의 국제경기 개최와 러시아 국가명, 국기, 국가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 선수들이 26일(현지시간) 애버튼과의 경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 반대'(No War)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AFP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인 첼시FC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자 러시아 석유재벌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구단 운영 권한 포기를 발표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7일 성명에서 "항상 구단의 최대 관심사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렸다"며 "2003년부터 운영했던 구단 운영과 관리를 첼시의 자선재단 이사들에게 넘긴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일부 노선의 운영을 중단하는 등의 러시아 퇴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영국, 독일,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러시아 국적 항공사에 영공을 닫겠다고 했고, 유럽연합(EU)도 이날 동참했다.

핀란드 항공은 이날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한국(인천), 일본(도쿄·오사카), 중국(상하이), 러시아(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어 프랑스도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한국, 중국, 일본행 항공편 운항 일시 중단 방침을 내놨다.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와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도 이날부터 앞으로 7일간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는 항공편 운항을 취소한다고 했다.

미국 대형 물류업체 UPS와 페덱스는 이날 온라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모든 운송 업무와 러시아로 가는 국제운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은 자사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러시아 국영매체 온라인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도 러시아 국영매체의 광고 게재 및 수익화 기능 중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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