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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이 학대 사건] - ① 고양이 얼굴을 길게 찢어놓은, '그놈'━
할머니의 인기척에 어디선가 고양이들이 스르륵 나타났다. 수년간 돌봐왔다는 길고양이 두 마리였다. 그 이름처럼 하나는 회색 털, 다른 하나는 노란 털이 빛났다. 녀석들은 할머니가 먹이를 주자, 근처 수풀로 가져가 허겁지겁 먹었다. 원래는 사료를 두고 줬으나, 지금은 이렇게 몰래몰래 한다고 했다.
회색이와 노랑이가, 누군가에게 심한 학대를 당해 얼굴이 찢어져서였다.
회색이는 오른쪽 얼굴이 길게 찢어졌다. 눈부터 입가까지, 찢어져 다친 상처가 선명했다. 피부가 다 까져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회복됐단 지금도, 흉터가 심했다. 노랑이도 귀와 눈 사이가 찢어지고 다릴 다쳤다. 대체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누구 짓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할머니는 의심이 가는 동네 주민이 있다고만 했다. 고양이 밥 주는 걸 두고 갈등이 있었던 사람이란다. 그러나 그가 했단 '증거'가 없었다. CCTV조차 거의 없는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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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 살포 사건] - ① 고양이 밥그릇에 '붉은 액체'가 뿌려졌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동네 고양이 밥을 1년 정도 챙겨준 캣맘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 밥자리의 간식 그릇에, 불그스름한 액체가 뿌려져 있었다. '쥐약'으로 추정됐다. 캣맘이 특정 쥐약을 사서 비교해보니 색깔과 냄새가 같았단다. 해당 쥐약의 상품 설명엔 '1~2g만 먹어도 쥐가 죽는다'고 쓰여 있었다. 그 독한 걸 고양이 간식 그릇에 누군가 뿌렸다. 의도가 뻔했다.
참고로, 쥐만 들어갈 수 있는 먹이통 없이 쥐약을 살포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동물보호법 제8조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고양이가 먹기 전에 캣맘이 먼저 발견했다는 거였다.
캣맘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경 쓰이던 이가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은 동네 고양이 때문에 자신의 차에 흠집이 난다며, 캣맘과 갈등을 빚었다는 동네 주민이었다. 캣맘은 "그가 2~3번 정도는 조곤조곤 부탁했는데, 4~5번째부터는 '고양이 안 보이면 그런 줄 알라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했는지 증거가 없었다. 근방엔 CCTV가 없었다. CCTV는 주로 주차장이나, 사람이 많은 곳을 비추고 있었다. 반면 동네 고양이 밥자리는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 인간 중심의 세상이므로. 그래서 범인을 쉬이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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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이 학대 사건] - ② '잠복'의 시작━
그래서 현장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직접 증거를 잡아 범인을 처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동물 학대범을 잡으려 잠복 수사까지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학대당해 얼굴을 다친 회색이는 밥을 다 먹더니 쪼그리고 앉아 떠날 줄 몰랐다. 상처가 이제야 조금씩 가라앉는 회색이 얼굴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할머니는 학대범을 향해 천벌을 받을 거라 하면서도, "내가 나쁜 말을 하면 안 되는데" 하며 자주 자책했다. 그런 그에게 "괜찮아요, 욕하실만 해요, 충분히 이해해요"라며 달랬다.
할머니는 영하 7~8도 날씨에 부실해 보이는 점퍼를 입고, 자주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했다. "동네 사람들을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할머니는 이웃조차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여기 있으면 다쳐, 빨리 가! 다 먹었으면 다른 곳으로, 멀리 가!"
더는 회색이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할머니 마음에 속이 저렸다. 그러나 회색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자기를 돌봐준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자기를 그렇게 아프게 한 또 다른 인간에 대한 미움보다 더 컸던 것일지.
할머니께 "제가 여기 남아서 회색이를 지켜보겠다"고 한 뒤, 집으로 들여보냈다. 매일 병원에 가야한다는 그의 체력으론, 이렇게 몸과 마음을 쓰는 건 무리였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회색이가 움직이는 곳을 따라다니며 그를 해하는 이가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특히 할머니가 걱정된다는 이가 있는 건물 주변을 유심히 지켜봤다. 포획 틀은 없는지, 미끼로 쓸만한 먹이를 두진 않았는지 등을 샅샅이 찾아봤다. 그럴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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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 살포 사건] - ② 초울이와 새댁이의 곁에서━
캣맘을 보낸 뒤 고양이 밥자리 인근을 서성이며 지켜봤다. 평범히 걸어 다니면서도, 눈을 한시도 떼지 않았다. 멀리서도 지켜보고, 벤치에 앉아서도 보고, 가까이 다가가 수상한 액체가 담기진 않았는지도 수시로 살펴봤다. 당장은 특이사항은 없어 보였다.
그러는 사이 고양이들이 밥을 먹으러 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회색 얼룩빛 털을 가진 '초울이'였다. 녀석은 수풀을 헤치고 나와 나를 빤히 보더니, 밥자리로 올라가 밥을 먹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근처에 얌전히 앉아 햇볕을 잠시 쐬었다. 지나가는 주민들도 무심히 곁을 지나갔다. 무탈히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의 곁에 있었다. 잠시 밥 먹는 동안만이라도, 위험한 일이 없도록 시선을 부지런히 보내주고 있었다. 별 일이 없었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위협했던 누군가가 실재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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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이 학대 사건] - ③ 회색이 얼굴이, 또 찢어졌다━
"회색이가 오늘 아침에 안 오더니 지금 왔어요. 사진 보세요. 얼굴을 더 심하게 학대해놨네요. 아이가 힘들어서 숨을 쌕쌕 쉬어요. 한 아이만 집중해서 계속 학대해요."
할머니가 보내준 사진 속 회색이의 얼굴은 다시 찢어져 있었다. 핏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고 했다. 지난번엔 오른쪽 얼굴을, 이번엔 가운데 부분까지 찢어놓았다. 피가 역류하듯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반복해서, 대담하게 하는 데도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에 무력하고 또 무력했다.
할머니는 자신이 마트에 간 사이에, 밥을 먹으려 기다리던 회색이가 당한 것 같다고 했다. 집 앞에 회색이가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같이 옆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오른쪽 앞다리도 다친 것 같다며 걱정했다. 할머니는 "회색이가 얼굴이 찢기고 많이 말랐다고, 죽을까 봐 걱정 된다"고 토로했다.
"그 인간이, 아이들이 못 오게 하려고 학대하는 것 같아요. 어쩌지요. 마음 아프지만, 이 아이들을 외면해야 하는 걸까요."
할머니의 애달픈 눈빛을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도 없단 걸 잘 알아서, 그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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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 살포 사건] - ③ 고양이 급식소를 물끄러미 보던 남자━
지켜본 지 3시간 만에, 한 남성이 고양이 밥자리가 있는 곳 앞쪽 도로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잠시 서서, 밥자리 쪽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무언가 눈치를 살피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켜보는 동안, 멈춰서 급식소 쪽을 바라본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긴장한 채 바라봤다. 혹시 그가 고양이 급식소에 들어가거나 하면, 가까이 가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잠시 뒤 그는 근처에서 담배를 피운 뒤 사라졌다.
이후에도 방향을 바꿔가며, 장소를 옮겨 잠복해가며 수상한 이가 있는지 계속 살폈다. 붉은 액체가 급식소의 고양이 밥그릇에 뿌려진 걸 발견한 게 저녁 8시라고 해서, 그 전후로 또다시 뿌릴까 싶어서였다.
그 방법 외엔 도움받을 길이 없었다. 막막했다. 경찰 수사관에게 연락하니 "쥐약인지 아닌지도 확인이 안 됐다. 누가 올려놓은 건지 CCTV를 확인하고 있다. 수사 진행 중이라 알려주는 건 곤란하다"고만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관리소장은 권한이 없어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해 조치할 뿐이다"라는, 형식적인 말만 했다.
그러니 돌아오는 길에서도 두고두고 찾아내지 못한 게 맘에 걸렸다. 그날 만난 고양이들이 괜찮을까 싶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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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이 학대 사건] - ④ 어두워질 때까지 잠복했지만…━
차를 세워두고 회색이를 찾아 나섰다. 근처 쓰레기장에서 녀석을 다행히 찾았다. 회색이는 음식물쓰레기를 주워 먹고 있었다. 얼굴 상처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범위가 넓어져 있었고, 할머니가 이야기 한 대로 괜찮았었던 가운데 부분도 찢어져 있었다. 얼굴 피부가 벗겨진 부분이 너덜너덜했다. 마르고 작은 체구가 더 위태로워 보였다.
할머니에게 "회색이가 여기 있는 것 같다"고 하니, 그는 한달음에 불편한 걸음을 이끌고 달려왔다. 회색이가 무사한 걸 보고 안심하며 "회색아, 회색아"하고 불렀다. 그리고는 얌전히 앉아 기다리던 회색이에게 캔 하나를 따서 물과 함께 주었다. 회색이는 배가 고팠는지, 등을 동그랗게 굽히고 부지런히 먹었다.
저녁 6시가 넘을 무렵, 할머니가 언급했던 남자가 근처에서 보였지만, 고양이에게 온다거나 하는 특이 행동은 없었다. 어두워질 때까지 회색이 동선을 멀리서 따라다니며, 누군가 위협하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그날은, 학대범을 결국 찾지 못했다. 할머니는 "너무 힘드시니, 그만 가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날 밤은 회색이가, 노랑이가 무사할까 싶은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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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CCTV 못 비추는 '고양이 급식소'…사람 피해서 주느라━
학대범을 잡으려 추적하며 가장 간절했던 건 CCTV였다. 급식소 주변에 CCTV만 있었다면, 학대한 이의 아주 사소한 인상착의라도 찍혀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면,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교수(프로파일러)도 "CCTV가 있다면 범죄가 억제될 확률도 높고, 수사하기에도 용이하다"고 했다. 사람이 계속 지켜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곳엔 CCTV가 없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대다수 급식소는 그럴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CCTV가 비추지 않는,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눈에 띄지 않는, 쥐죽은 듯 숨어서 몰래 밤이나 새벽에 겨우 고양이 밥을 줘야 하는 곳에 급식소가 있어서다.
길고양이를 위한 CCTV 설치는 어려운 걸까. 남영희 경기도청 동물보호과 팀장은 "경기도에서 급식소 사업을 2020년부터 하는데, 되도록 CCTV가 있는 곳에, 그리고 사람이나 차량 통행이 없는 지역에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남 팀장의 말에 기자는 "그 두 조건을 둘다 충족시키긴 힘든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급식소를 설치한 곳에 CCTV를 달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 역시 기자의 의견엔 공감했지만 "와이파이도, 전선도 있어야 하는데 비용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딱 거기만 비추는 건 어렵지만, (급식소를 포함해) 넓게라도 잡을 수 있게 하는 건 가능하다"라고 했다.
'좋은냥이'의 콩이바바 활동가는 "CCTV가 없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에 급식소를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걸 못하게 해야 하고, 지자체가 움직여주는 게 제일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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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범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그깟 동물" 인식 한계, 동물복지 전담 기구 필요━
법이 없는 건 아니다.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그런데 실형이 그렇게 안 나온다. 10년간(2010~2019년)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3360명 중 구속된 사람이 고작 4명이다. 얼마 전엔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아 내리쳐 죽인 2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원이 기각했다.
왜 그럴까. 오 교수는 "인식 때문이다. 사람 죽여도 2년인데, 동물 죽였다고 2년 살게 하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의 생명값과 인간의 생명값은 차별해야 한단 인식이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에, 법을 그렇게 강화해놓아도 벌금형 받고 나오면 된다는 풍조"라고 했다. 다행인 건, 그래도 예전보단 그런 인식이 나아지고 있단 점이란다.
그러니 동물 학대에 대한 경찰 수사도 여전히 미비하단 지적을 했다. 오 교수는 "동물 학대에 대해 신고하면 경찰도 상당히 바쁜데, '동물 가지고 그렇게 하나'란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동물 학대가 범죄란 걸 경찰도 더 많이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복해서 잡거나, 그런 건 덜 적극적일 수 있다"고 했다.
김하연 작가도 "얼마 전 디씨인사이드에서 벌어진 사건(고양이를 불태워 게시물 올린 사건)이 강남경찰서에 배정됐는데, 제보자에게 말을 들어보니 경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며 "동물학대를 전담할 수 있게, 전담 기구가 생겨야 한다"고 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동물보호 업무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동물학대 사범에 대해 치료 명령, 사회봉사 명령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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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범의 심리…"가학성에 욕구 불만, 약한 대상 공격, 점점 강도 세져 사람 공격할 수도"━
"가학성이 있고, 저항하고 싶거나 욕구 불만이 있는 사람이고요. 학대 대상으로 약한 상대를 선택하는데, 주인이 없거나 자기가 주인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방어를 해주는 존재가 없고, 영향력 안에 들어오는 약한 존재여서죠. 동물 학대 사이트에 올리면 점점 더 강도가 센 걸 올리고, 자기들끼리 대단하다고 하죠. 나쁘게 표현하면 유아적이고, 상당히 찌질한 세계에 몰입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들은 "동물보호법 처벌은 대부분 실형을 받지 않으니 심적 부담이 덜한 걸 알고, 수사가 진행되면 오히려 스릴과 흥분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대담해지면,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교과서에 연쇄 살인범이 동물 학대를 해본 과정을 겪는다고 나와 있긴 하다"고 했다. 표창원 소장도 "동물 학대가 사람 학대로 이어지는 상관성을 보이는 사례는 상당 부분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조두순은 반려견 눈을 찔러서 죽였단 정황이 알려졌고, 연쇄 살인범 강호순도 도축장에서 개를 잔인하게 죽였다. 1997년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이 연구한 결과, 살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 중 46%는 과거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미연방 수사국(FBI)이 검거한 연쇄 살인범 387명도, 분석 결과 동물을 상대로 충분한 연습 기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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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방사에, 자랑하듯 올리는 양상도…"이주방사는 명백한 동물학대"━
이 같은 '이주 방사'에 대해 동물권단체인 카라는 "중성화 수술이나 학대를 받은 동물의 구조 목적이 아닌 무단 포획 및 방사는 합법적 행위가 아님은 물론,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규정했다. 고양이 영역을 갑작스레 옮기면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느낀다는 것.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한 관계자가 "고양이를 단순히 옮기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됐었는데, 또 다른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가 "의도와 다르게 해석이 돼 활용되고 있다"며 재차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상에서 동물을 다른 장소에 옮길 경우에는 잘 적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이와 관련해 법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경찰 등 사법 기관의 판단을 받아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함부로 이주 방사할 때의 처벌 가능성을 확실히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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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를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동물 학대범을 억제하기 위해선, 캣맘과 캣대디가 함께 '연대'하는 게 절실해 보였다.
며칠간 학대범을 감시해보니 작정하고 잠복하고 살펴보면 언젠간 잡을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혼자서는 힘들다'는 거였다. 홀로 24시간을 보는 건 힘들지만, 24명이 한 시간씩, 아니 48명이 30분씩 보는 건 훨씬 쉽다. CCTV가 없어도, 촘촘히 감시하면 좋겠단 생각이었다.
김하연 작가도 비슷한 취지로, 길고양이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관악구에도 디시인사이드에서 길고양이들을 타겟팅한 글이 올라왔는데, 자발적으로 수고스러워도 매일 가고, 단체 채팅방에 올려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표창원 소장도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동물보호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학대범에게는 큰 심리적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관악구에서 2017년부터 길고양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광고를 끊임없이 하고, 구청을 통해 학대방지 포스터를 붙이고, 아파트에 안내문을 보내며 지속적인 홍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악구에서 표면적으론 학대 사건이 굉장히 줄었다. 지속적인 인식 개선의 효과"라고 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트루러브캣 고양이 쉼터의 김민경 대표는, 커피숍에 고양이 밥자리를 둔 사진을 올렸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그러다 밥에 독약 탈 거다", "학대할 거다"라며 이를 걱정하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김 대표는 위치만 지우고 글을 올렸다.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가게에서도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거든요.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요. 특히 사회의 리더들이, 더 많이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 해요. 밥은 못 줘도, 물 떠주는 문화랄까요. 지나가던 새도 먹을 수 있고, 고양이도 그렇고요. 생명에 대한 존중인 거지요."
할머니가 예전에 돌보다 떠나보낸 고양이가 있었다.
2017년에 할머니가 처음 이사 왔을 때 만난 동네 고양이였다. 당시 녀석은 먹을 게 없어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할머니는 그게 안타까워 처음엔 닭죽을 끓여 주었다.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길 위의 생활에 고단해져 있던 녀석은, 구내염에 걸려 입이 다 헐어버렸다. 잘 먹지 못하고 자꾸 침을 흘리고 그렇게 메말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병색이 짙었던 고양이는 할머니를 찾아와 느리게, 하염없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게 할머니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였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찾아봤다. 고양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인사하는 의미를. 설명이 이렇게 돼 있었다.
'고양이의 부드럽고 느린 눈 깜빡임은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한다는 의미입니다. 난 편안하고 행복해, 그리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좋아하고, 아파하고, 기다리며,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나눠 관계 맺을 줄 아는, 더없이 귀한 생명인 거라고.
누구도, 그런 존재를 해치고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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