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 초, 한 복합쇼핑몰 옆을 지나던 중 동행하던 친구가 내게 말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같이 쇼핑이나 해볼까' 싶던 찰나, 바로 앞의 출입구에 '폐문'이라고 적혀있는 걸 발견했다.
'폐문' 사인을 보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그냥 들어가지 말자"고 했다. 꼭 사야하는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먼 길을 돌아서 다른 출입구를 찾아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폐문'은 QR코드 혹은 안심콜 체크인 확인 및 관리를 위해 해당 복합쇼핑몰이 매장 출입구 개수를 최소화한 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해 7월30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방역당국)가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 이상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는 QR코드와 안심콜 등으로 출입명부를 의무 관리하는 방안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방안에 따라 각 유통업체들은 관리를 위해 전체 출입구의 절반 수준만 열어 운영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전체 출입구 40개 중 50%인 20개만 열었고, 잠실 롯데월드몰은 32개 중 40%인 13개만 열어 운영했다. 여의도 IFC몰은 출입구 3개를 절반으로 쪼개 반은 입구로, 반은 출구로 사용했다.
막혔던 곳이 뚫린 만큼 자연히 고객들이 열린 출입구를 따라 매장 안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22일 복합쇼핑몰, 백화점의 방문객 수는 전주(지난 12~15일) 대비 늘어났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닫혀있던 출입구가 열리면서 평소 그곳을 지나다가 편안한 마음에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쇼핑몰 안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이 생겨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의 방문 고객도 소폭 늘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출입구가 열려있으면 소비자는 그냥 지나가다가도 매장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반대로 눈 앞의 출입구가 닫혀있다면 꼭 구매해야 할 상품이 있어 목적성이 뚜렷할 경우엔 멀리까지 돌아서 다른 출입구를 찾겠지만, 특별히 확실한 목적성이 없는 경우엔 매장 입장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매장 안으로 고객이 들어오면 매출 증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기분전환 겸 매장을 둘러보던 고객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업계는 출입명부 의무화 폐지 조치로 한시름 놓은 표정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기존에 보안요원, 청소 매니저 등이 돌아가면서 출입명부를 관리해왔고 추가로 인력도 충원했는데, 이제 이 같은 인력을 다른 곳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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