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먹어라"…中 먹방까지 때려잡는 이유 [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2.02.26 06:32

식량 자급자족 불가, 매년 식량안보 강조…미국 등 수입 의존도 높아

편집자주 |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9년 9월 허난성 한 농촌을 방문한 장면./사진=바이두
2020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며 입법을 통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반식품낭비법' 초안이 제출됐다.

먹방(먹는 방송)을 했다가는 최대 10만위안(약 1890만원) 벌금형에 처해지는 법이었다. 단순히 먹방만 처벌하는 게 아니다. 과도한 음식 주문을 유도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음식점도 최대 1만위안(약 189만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주문 한도를 정하거나 손님이 남긴 음식을 재활용 하라는 거냐는 불평이 뒤따랐다.

전인대는 그러나 결국 지난해 4월 이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지향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식량 안보와 세계 1위 음식물 쓰레기 배출국 오명 탈출. 그 중에서도 식량 안보에 더 무게가 실린다.

중국에 식량이 부족하다는 뜻일까? 중국은 아니라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은 중국이 식량 자급자족하지 못한다고 본다. 한국에 중국산 식재료가 차고 넘치다보니 한국인들로서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은 1050억달러(약 126조3700억원)어치 식량을 수입하고 596억달러(약 71조7400억원)어치 식량을 수출했다. 수입량이 수출량의 거의 두 배다.

급격하게 증가하던 인구에 비해 식량이 부족했던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전까지 영양실조에 노출된 인구가 적지 않았다. 식품 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중국의 영양실조 인구율이 2000년 16.2%에서 2017년 8.6%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1인당 소득이 330달러에서 9460달러로 급격하게 늘었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중국이 2010년 이후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바뀐 건 소득증대와 영양실조 인구 감소를 모두 함축한다.

중국은 왜 식량이 부족할까. 우선 농사 지을 땅이 적다. 1980년 이후 인구가 30% 이상 증가하면서 1인당 토지 자원은 세계 평균의 0.38%에 불과하다(세계은행 2014년). 세계 농경지의 9%도 안 되는 땅에서 세계 인구의 22%를 먹여 살려려다보니 식량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부족한 농경지조차 환경 오염으로 제대로 농사를 짓기 힘든 곳이 많다. 과거 지도자들이 산업화에 몰입한 결과인데 2018년 중국 지하수의 15.5%가 '5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 지하수가 흐르는 땅에서는 농사가 불가능하다. 허난성 같은 곳은 800만에이커(약 98억평)가 오염돼 물과 땅 오염이 개선될 때까지 농사를 금지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에 그나마 멀쩡한 땅에서 농작물을 최대한 수확을 해야 할 처지에 몰리자 중국 정부는 농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붙기 시작했다. 2018년에만 2060억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는데 이는 유럽연합(1100억달러)의 거의 2배, 미국(440억달러)의 약 5배였다.

2017년 중국 곡물수입 현황/그래픽=CSIS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2019년 중국의 식량안보 백서를 보면 자급율이 95%를 초과한다고 돼있다. 일본은 이 숫자마저도 안믿는다.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해 4월4일자 기사에서 "일본 농림수산성은 생산량과 열량을 기준으로 국가별 식량 자급도를 집계하지만 중국은 데이터를 믿기 어렵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다카하시 고로 아이치대 명예교수는 FAO 데이터를 토대로 54개 주요 식품의 열량을 추려봤더니 2018년 중국의 자급률이 80% 정도였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런 식으로 2000년 94%에서 2005년 89%, 2010년 83%, 2020년 76%로 계속 낮아졌을 거라고 추정했다.

중국이 매년 연초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하는 '중앙 1호 문건'에 2004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3농(농업 농민 농촌)이 다뤄진 건 식량부족과 관련이 크다. 중국 정부는 수년째 국토의 12.5%를 차지하는 18억무(1억2000만헥타르) 경작지와 1조3000억근(6억5000만톤) 식량 생산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왔다.

돈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일정 식량을 수입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식량 무역 상대국 면면을 보면 먹방을 처벌하는 중국이 이해가 간다.

CSIS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1050억달러어치 수입 식량 중 상위 10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이른다. 여기에는 중국과 적대적 기류가 뚜렷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가 포함됐다. 이 세 나라(292억6000만달러) 비중만 27.9%다. 이들이 독한 마음을 먹게 되면 중국이 식량난에 빠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의 식량 조달은 분쟁을 낳기도 한다. 바다에서다. 중국은 2017년 기준 세계 전체 어류 소비량의 36%인 5520만톤을 소비했다. 1인당 기준 중국의 연간 어류 소비량은 39kg. 세계 평균(15.5kg)의 두 배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바람에 해산물 생산량까지 덩달아 늘었다. 1990년 15.1톤에서 2018년 8100만톤으로 급증해 세계 생산량의 38% 이상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과 불법 조업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서해상에서 불법 조업은 기본, 세네갈, 모리타니, 기니 같은 곳까지 진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해안 경비대와 해상 민병대를 활용해 중국 어선을 보호했다. 2019년 6월 중국 해상 민병대 선박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필리핀은 난사군도에서 필리핀 어선을 몰아내기 위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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