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기업 맞춤 '비용관리 효율화' 지원할 때

머니투데이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2022.02.27 16:38
국내외 중소기업 중 다수는 비용관리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영국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직원 250명 미만) 경영자들은 수기 지출 증빙을 비롯한 비용관리에 많은 물리적, 시간적 자원이 소요되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자동화된 온라인 솔루션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미국, 유럽에서는 핀테크들이 기업의 비용관리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소기업의 카드, 비용관리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중소기업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비용관리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기존의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비용관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비자(Visa)가 개발한 '비자 스펜드 클래리티(Visa Spend Clarity)'는 지출 증빙을 자동화하고 비용 보고서 작성과 기업카드의 지출 통제를 돕는 시스템이다. 최근 도입된 '비자 커머셜 페이(Visa Commercial Pay)'는 일회성 결제에 사용하는 가상 기업카드를 발급·관리한다. 안전하고 편리한 기업카드 사용을 도와주며 간편결제에도 특화돼 있다. 비자는 이러한 솔루션들을 제휴 은행에 공급함으로써 은행의 기업뱅킹 서비스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핀테크와 제휴하거나 자체 비용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소기업의 비용관리 효율화를 지원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핀테크 뷰포스트(Viewpost)와 제휴해 자사의 소기업 고객이 뷰포스트의 온라인 포털에 접속해 전자 송장을 생성, 전송하고 은행계좌에서 빠르게 송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수기로 이뤄지던 수표, 송장 처리를 온라인으로 전환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기업의 비용관리 편의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스페인 은행 BBVA는 기업고객을 위해 기업카드에 비용관리 기능을 탑재한 글로벌 커머셜 카드(Global Commercial Card)를 출시했다. ERP(전사적자원관리)나 회계 소프트웨어에 카드 지출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되고 구매 및 출장 관련 지출 분석이 용이해 재무, 인적자원 관리 부서의 업무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자영업자, 소기업을 위한 특화 네오뱅크인 홀비(Holvi)도 자체적으로 구독형 비용관리 서비스를 만들어 비즈니스 계좌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인 비용관리 부담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주요 은행의 기업 뱅킹 서비스를 살펴본 결과 이미 광범위한 기업자금관리 플랫폼이 구축돼 있었다. 펌뱅킹, CMS(자금관리서비스) 등 자금관리를 돕는 기능과 기업 내부 ERP를 연결한 회계·자원관리 솔루션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러한 서비스가 종합적인 비용·자금관리 시스템 구축이 어렵거나 회사 여건 상 필요치 않은 소규모 사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지원 서비스가 패키지화돼 있어 소기업이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98.8%는 종사자가 50명 미만이다. 이들 기업과 종사자들은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지출, 비용관리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체별 자금이나 거래 규모로 보면 이들 회사가 당장은 금융회사의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절한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변모할 여지가 많다. 장기적 시각으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이들의 성장을 도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회사가 소기업의 비용관리 효율화 솔루션을 지원하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세와 부합하며 국내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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