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김치' 후폭풍…"환불해달라" 100억 넘게 판 홈쇼핑 진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2.02.24 16:13

공급받던 기업들도 거래 중단…"공장 속였다면 법적대응"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에서 쓰인 배추/MBC 뉴스 갈무리
중소 김치제조업체 효원에서 불거진 '썩은재료로 담근 김치' 영상 파문이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모회사인 한성식품은 물론이고 이를 판매한 홈쇼핑과 공급받은 기업들도 일제히 거래중단 결정을 내렸다. 홈쇼핑업체와 급식업체들은 위생논란이 퍼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성식품 김치를 판매해온 롯데홈쇼핑, 공영홈쇼핑, NS홈쇼핑 등은 예정된 한성식품 김치 방송 편성을 취소하고 온라인 판매를 멈췄다. 문제가 불거진 한성식품이 효원 진천공장에서 생산된 김치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지만 소비자 원성이 커지자 더 팔지 않기로 한 것이다.



100억 이상 판매한 홈쇼핑, 한성김치 판매중단



홈쇼핑에선 한성식품 김치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환불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홈쇼핑의 경우 김치품목의 매출이 매년 상위 5위내에 들어가고, 여기서 한성식품 김치가 상위권을 차지할정도로 많이 팔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기준 한성식품이 생산한 김치의 약 20%가 유래에프앤에스라는 회사에 판매됐는데, 이 회사는 홈쇼핑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파는 중개회사다. 한성식품의 연간 매출이 500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연 100억원 이상이 홈쇼핑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성식품은 효원 진천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한성식품 부천, 서산 정선공장도 가동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자회사 역시 김순자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만큼 자회사만 불량재료를 썼다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성식품이 생산한 모든 김치에 대해 불신하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다.

온라인에선 한성식품 여타 공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온다. 한성식품 서산공장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배추, 무 뿐만아니라 폐기처분해야 할 갓김치 재료를 트럭으로 가져와 다듬은 적이 있다"며 "당시 작업자들이 어걸 어떻게 먹냐고 혀를 찼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김치 전문제조기업 한성식품(김순자 대표)이 김장철을 맞아 3종류의 김장 상품을 판매 시작한 가운데, 16일 김치명인 김순자 대표가 부천 한성식품 본사에서 김장 재료를 소개하고 있다. 한성식품의 김장 상품은 100% 국내산 절임배추와 김순자 명장의 비법이 담긴 김치 양념으로 구성됐으며, 한성식품 공식 온라인 쇼핑몰 ‘한성몰’과 공영홈쇼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포스몰 채널 등에서 소비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한성식품 제공) 2020.11.16/뉴스1


공급받은 기업들도 거래중단...공장 속였다면 소송


한성식품으로부터 연간 70억원어치의 김치를 공급받은 급식기업 삼성웰스토리도 전날 거래중단 조치를 내리고 후속 대응에 나섰다. 한성식품 서산공장에서 생산된 김치여서 논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연간 20억원 정도의 한성식품 김치를 받는 한화호텔엔리조트도 부천공장 김치를 사용했지만 업체변경을 준비 중이다. 한화호텔엔리조트는 호텔 1곳, 레스토랑 4곳과 직원식당에서 한성식품 김치를 사용한다.


기업들은 만약 문제가 된 진천공장 김치를 납품한 것이 확인되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자회사 제품을 본사 제품으로 속여 납품한 것이 밝혀지면 이는 심각한 계약위반사항이 된다"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유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이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수입김치 안전·안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식약처는 수입김치의 위생 관리를 강화하기 위헤 제조·통관·유통 단계별 3중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비자가 수입김치 제조업체 정보와 안전관리 체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방법을 다양화 하겠다고 밝혔다. 2021.4.15/뉴스1


관가로 퍼지는 불똥...처벌 어려워


불똥은 관가로도 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효원 진천공장이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또한번 해썹 무용론이 퍼질까 노심초사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대 순대 1위 업체 진성푸드 생산공정에서 벌레가 나오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해썹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지난 22일 한성식품 진천공장을 불시점검했지만 이미 취재가 진행된 이후여서 썩은 원료를 사용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식약처는 제조시설 환기구와 도마 등의 위생관리 미흡 등으로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구했지만 수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순자 대표에게 명인 타이틀을 부여한 농림축산식품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명인 자격을 박탈하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탈할 근거가 불명확해서다. 다만 농촌진흥청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홈쇼핑이 안전하지 않은 식품의 판매채널이 되지 않았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현재 각 홈쇼핑을 통해 김치 판매현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상이나 정황만으로 처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올해 재인증 시점이 도래해 있어 불시평가를 통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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