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풍력·수력보다 친환경적이다"…EU 보고서 보니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2.02.23 16:55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European Commission)가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에 포함시킬 때 원전이 화력 뿐 아니라 수력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보다 탄소 배출량 등의 측면에서 더 친환경적이라는 보고서를 근거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분류 체계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와 금융조달의 기준이 된다.

23일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발전원료별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of Electricity Generation Options·LCA)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분석대상 22개 발전원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점유 부문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LCA 보고서는 UNECE 탄소중립 TF(태스크포스)의 의뢰로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연구소가 작성한 것으로 석탄과 원자력, 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22개 발전원의 7개 지표별 환경 영향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EC는 이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온실가스 부문에서 원자력 발전은 kWh(키로와트시당) 5.1~6.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60㎿(메가와트) 이하 수력 발전이 kWh당 이산화탄소 6.1~11g을 배출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신재생 에너지원인 집중태양열, 풍력 역시 kWh당 적게는 7.4g, 많게는 83g의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전량 대비 소요 부지 역시 원자력 발전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발전으로 인해 수중 생태계에 영양 물질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한 '담수 부영양화' 지표에서 원자력 발전은 ㎿h(메가와트시)당 5.9~7.1g을 배출해 360㎿ 이하 수력발전(0.76~1.3g/㎿h)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인체 유해성과 자원 사용 지표는 각각 3번째로 환경에 미치는 역향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발전에 쓰이는 물의 양 역시 화력발전에 비해 냉각수 사용이 적어 22개 발전원 중 6위에 위치했다.


반면 전리 방사선 노출량의 경우 원자력 발전이 조사 대상인 9개 발전원 가운데 두번째로 많았다. 공공 노출은 GW(기가와트)당 0.43Sv(시버트), 직업적 노출은 4.5Sv였다. 방사선 물질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탓이다. 원자력 발전보다 많은 방사선이 나오는 발전원은 석탄 및 지역발전으로 공공 노출 0.7Sv, 직업적 노출 11Sv로 집계됐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유엔(UN)에서 발간한 객관적 자료에서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이 확인된 것"이라며 "탄소중립 사회로 나가기 위해 우리나라가 옵션(선택지)을 판단할 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발표한 'K-택소노미'(한국형 분류체계)에서 원자력 발전을 제외했다. 정부는 "EU 그린 택소노미 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현 정부의 정책기조 등에 비춰볼 때 당장 원전이 K-택소노미에 포함되진 않을 전망이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가교로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선 유럽 등 탄소중립 선발 주자들과의 기준 차이로 인한 시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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