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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위협? 8년 전과 다를 바 없다" ━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한 시민은 일본 아사히신문에 "(러시아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 지역(돈바스)은 원래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며 "러시아의 결정이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대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인터뷰 요청에 "그런 뉴스가 있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러시아의 위협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뜻밖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은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부 지역은 줄곧 같은 상황이었다는고 입을 모은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돈바스 내 친러 세력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세우며 분리 독립을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은 친러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2015년 민스크 휴전 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교전은 계속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1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도 키예프에 거주하는 60대 시민 니나 바시렌코는 미국 CNN에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DPR과 L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했든 아니든 크게 상관이 없다. 러시아 군대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며 "그(푸틴 대통령)는 민주주의와 외교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으며, '이건 내 것이니 내가 가져야 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흐멜니츠키 출신의 카테리나 체레파노바는 이 사태를 '기회'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서다. 체레파노바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불쾌했지만 충격은 받지 않았다. 그가 이전에 썼던 상상 속의 역사를 반복했을 뿐"이라며 "이 연설은 서방국가가 말 아닌 행동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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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미국 중간선거 위한 볼모?━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외신이 러시아의 위협을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20대 키예프 시민 바외디스와프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외신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감을 부풀린다고 느낀다. 러시아가 동부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것은 또 다른 정치 게임의 시작일 뿐이다. 동부는 8년 전부터 쭉 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현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우크라이나의 여론조사기관인 고르셰닌 연구소가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1명만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62.5%는 가까운 시일 내에 침공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사원 달리아는 "우크라이나군이 8년 전보다 강해졌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머리 한쪽 구석에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공포가 항상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약 30년간 독립국으로서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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