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날 택배노조는 본사 건물에 진입한지 11일 만에 3층의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지부장 동지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을 발표한다"며 "오늘부로 3층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노조는 다시 한번 대화를 촉구한다"며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회사 측은 "택배노조가 불법점거 중이던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점거 상태는 변함없다"며 "불법점거자의 전면 퇴거가 없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임직원들의 출입 및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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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영역 넓히는 택배노조…이재현 CJ 회장 자택→CJ제일제당 본사→한국경영자총협회 사무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택배노조가 본격적으로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사진에 잘 보이는 현수막 등을 내걸기 위해 3층까지 무리하게 진입했고,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양보하는 스탠스를 취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투쟁할 때 노조는 언론에 자신들이 최대한 많이 노출되도록 다양한 전술을 써왔다"며 "밖에 카메라에도 잘 잡히도록 현수막을 강제로 설치했으니 '그림 나온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인원을 재배치해 본사 건물 점거에만 집중했던 전략에서 활동 영역을 넓게 가져가는 방법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본사 외에도 그룹명 'CJ'와 관계있는 장소로 농성 영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약 30분간 집회 이후 택배노조는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의 지분 40.16%를 보유한 지배 주주다.
택배노조를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기도 하다. 경총은 노사 문제를 주로 다루는 경제단체인데, 손 회장은 2018년부터 이곳 회장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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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연합이 "대화하자"는데…CJ대한통운 본사만 찾는 노조━
CJ대한통운은 직고용 관계가 아닌 택배노조와 협상할 수 없으며, 이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계약관계인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대화를 요청했지만 정작 택배노조는 이들과 대화는 원치 않는 상황이다. 또 다시 이날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와 공식 대화를 촉구하며 이달 23일까지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이미 밝힌 대로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며, 택배노조의 대화 상대 또한 대리점"이라면서 "진짜 대화를 원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먼저 대화 테이블을 깬 쪽은 택배노조이며, 노조의 이중적 행태로 인해 그동안 공식적인 대화로 나아갈 수 없었다"며 "고객·화주·대다수 택배종사자들에게 사죄하고 즉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이 현사태를 수습하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용자인 대리점 연합이 대화를 하자는데도 택배노조는 본사와만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계속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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