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풀출근"...반도체 공장, 재택 못해도 납득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02.23 05:50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재택근무는 다른 부서 이야기죠. 반도체 생산 라인은 임산부나 고위험군 아니면 무조건 출근이 원칙입니다."

22일 한 반도체 생산 공장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가 늘어 재택근무가 확대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일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예외다. 1초라도 생산라인이 중단되면 고가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전량 폐기하고 수치를 전면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근무할 경우 보안 유지도 어렵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COVID-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9만9573명 늘어 누적 215만7734명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연일 10만명을 오가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방역 완화 지침과 반대로 선제적 방역 강화에 나섰다.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셧다운(일시 폐쇄)뿐만 아니라 업무 차질과 사업 손실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은 고위험군(임산부, 기저질환자 등)을 제외하면 전원 출근을 원칙으로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고위험군을 빼면 재택 없이 '풀출근'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 소규모로 시행하는 재택근무를 제외하면 모두 출근 중"이라며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공장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어렵다"고 했다.

생산 라인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첫손에 꼽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주 수요층인 컴퓨터·가전 수요가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의 리드타임(주문 후 배송기간)도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도 770만대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업계의 '슈퍼 을'로 꼽히는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은 "10~20년 뒤에도 반도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사진=뉴스1

현재 각국의 반도체 생산 라인이 90% 이상 가동되고 있으나 장비와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서 생산과 증설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 공급망 정보 요청서(RFI)를 분석해 주요 반도체 생산 설비가 가동 중임에도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으면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확진자가 늘어도 생산라인 유지를 위해 '풀출근'이 불가피한 이유다.

보안 문제도 재택근무를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외부 유출될 경우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는 기술이 즐비해 섣불리 재택·원격근무로 형태를 바꿀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상이나 메신저로 기밀을 주고받다 유출이라도 되면 공장 폐쇄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직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어 재택근무는 기본적으로 허용이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공장은 대신 대체인력을 추가 확보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갖추는 등 확진자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출장·회식·대면회의 금지, 사내 체육시설 중단, 시차출근제 등을 도입하는 한편 자가격리에 대비해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못하는 대신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을 실시할 것"이라며 "생산 중단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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