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M&A, 공정위는 OK...미국·EU '산 넘어 산'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김훈남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 2022.02.22 12:00

[MT리포트] 아시아나, 날개 다나①

편집자주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5부능선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오면서다. 이로써 M&A(인수·합병) 심사를 받아야 할 나라들 가운데 약 절반에서 승인이 내려졌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나머지 경쟁당국들의 판단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2.01.20.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M&A로 인해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의 슬롯(slot·공항 이착륙 시간)이나 운수권을 타사에 넘기라는 것 등이 조건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미국·유럽연합(EU) 등 나머지 6개 국가 경쟁당국의 승인까지 받아야 M&A를 최종 성사시킬 수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심사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약 1조5000억원 규모)를 취득하는 계약을 하고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관련 시장을 △항공여객(국제·국내 87개 노선) △항공화물(국제·국내 26개 노선) △항공기 정비업 등 기타시장으로 획정해 양사가 통합됐을 때 각 시장의 점유율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등 경쟁제한성을 분석했다.

공정위는 국제선 여객 시장에선 양사가 운영하는 중복 노선이 총 65개인데 이 가운데 26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독과점이 발생하는 26개 노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5개 △동남아 6개 △일본 1개 △대양주 등 기타 3개로 구성됐다. 공정위는 국내선 여객 시장에선 양사의 중복 노선이 22개인데 이 가운데 14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항공화물 등 다른 시장에선 이번 M&A에 따른 경쟁제한성이 낮거나 없다고 봤다.

(인천공항=뉴스1) 임세영 기자 =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2022.2.9/뉴스1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의 슬롯 또는 운수권을 타사에 넘기도록 했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을, 운수권은 항공기로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슬롯과 운수권은 각각 공항당국(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각 국 정부가 정기적으로 분배한다. 이번 공정위 조치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타사의 시장 진입, 증편이 있는 경우 자사가 보유한 슬롯이나 운수권을 반납해야 한다.

공정위 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독과점이 발생하는 26개 국제선에 대해 국내 공항 슬롯을 이전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당 26개 국제선 가운데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에 대해선 슬롯과 함께 운수권도 이전하도록 했다. 독과점이 발생하는 14개 국내선과 관련해선 8개 노선은 국내 공항 슬롯을 이전하도록 했고, 수요가 부족한 나머지 6개 노선에 대해선 '10년 간 운임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만 부과했다.

공정위는 단기간에 다른 항공사가 수익성 확보 등 문제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한 슬롯·운수권을 가져가기 힘들 수 있다고 보고 반납 시한을 '기업결합일(주식 취득 완료일) 이후 10년'으로 제시했다. 대신 슬롯·운수권 반납 전까지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평균 운임을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 금지 △공급 좌석을 2019년 수준의 일정비율 미만으로 축소 금지 △무료 기내식 등 소비자 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을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 금지 △마일리지 제도를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 금지, M&A가 성사된 날부터 6개월 내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 제출 및 공정위 승인을 준수하도록 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9일 오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여부를 심의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들어서고 있다. 2022.02.09.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M&A가 최종 마무리되려면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6개국 경쟁당국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국내외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업의 특성상 어느 한 경쟁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M&A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양사간 M&A에 대해 경쟁당국의 심사가 필요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4개국이고 이 가운데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7개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승인 취지로 심사를 마쳤다.

남은 해외 경쟁당국들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일례로 EU의 경우 아직 '사전협의' 단계라 정식 기업결합 신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기업에 직접 시정조치를 내리는 한국 공정위와 달리 미국, EU 등 대부분의 외국 경쟁당국은 M&A 추진 기업이 직접 제시하는 시정조치 방안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결국 이번 M&A의 최종 성사 여부는 대한항공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성욱 위원장은 "향후 동일한 노선에 대해 공정위와 조치와 일부 상이한 외국 경쟁당국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추후 전원회의를 다시 개최해 의결을 통해 외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한 시정조치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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