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선진국 중앙은행의 오판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 2022.02.21 02:03
이종우 경제 평론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가 발생했어도 중앙은행이 무모할 정도로 완화적인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정책을 썼어도 경제 상황에 맞춰 빨리 거둬들였다면?'

역사는 만약이 없는 것이기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2년 전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쓴 정책이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인 7.5%를 기록하자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곧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인플레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불편을 느낀다. 실질임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불만은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41%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과 차이가 17%포인트로 벌어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진다. 금리를 올리든 유동성을 줄이든 상관없이 물가를 잡을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력이다. 연준으로서는 3월에 0.5%포인트로 금리인상을 시작하거나 유동성 흡수 시점을 상반기로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0년 3월 이후 18개월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84% 상승했다. 직전 5개월간 1%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며칠 남지 않은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고전하는 이유인데 코로나19 발생 직후 있었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은 부동산에 대한 평가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승리한 쪽은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책의 근간은 공급확대처럼 시간이 걸리는 형태보다 금리인상, 유동성 축소같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쪽이 될 것이다. 모두 한국은행과 관련된 일이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둘이다. 하나는 통화가치 안정 또다른 하나는 경기조절 기능이다. 오래전부터 선진국 중앙은행의 역할은 일방적으로 경기조절 쪽에 맞춰졌다.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필수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와 적정수준의 유동성 유지정책을 쓰다 보면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 경기를 누르는 정책보다 경기를 끌어올리는 정책이 더 인기가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그쪽에 몰입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중앙은행들이 자기 힘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자기들을 언제든지 경기를 끌어올리고, 물가도 잡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 것이다. 최근 연준이 인플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그 생각이 틀린 게 분명하다.

오판은 또다른 오판을 낳는다. 이번엔 반대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다 보면 자산버블이 터질 수 있다. 1980년대 말 일본은행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고 2007~2008년 연준도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선진국 중앙은행은 이름에 걸맞은 신뢰를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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