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돈으로 유혹하는 中…OLED 인재들도 떠난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오문영 기자, 오진영 기자 | 2022.02.19 09:30

[MT리포트]갈림길 선 韓 OLED(下)

편집자주 |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거대 시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기술 베끼기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 때문이다. OLED 기술 보호,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없인 허무하게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작년 수출 26조인데"...李도, 尹도 외면하는 '韓 디스플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스1

214억 달러(약 25조6265억원).

지난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 성적표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끄는 양대 제조업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관련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도 디스플레이 분야를 별도로 다루지 않았으나 당시는 LCD(액정표시장치) 업황이 비교적 호황을 누릴 때였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국가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지정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 기술의 중국 유출을 비롯해 패널 판매 둔화 등에 따라 글로벌 1위 '한국 디스플레이'가 갈림길에 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라도 대선 후보마다 관련 공약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李-尹 산업 정책 키워드는 시스템반도체, 자율주행, 이차전지, 바이오, 항공우주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통된 산업 정책 키워드는 시스템반도체, 자율주행, 이차전지, 바이오, 항공우주 등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국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도 대체로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제도적 여건 조성과 전력 공급 지원 등을 정부의 역할로 거론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추정되는 장비가 입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이와 달리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디스플레이 정책의 비중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지난해 약 26조원의 수출 성과를 낸 산업임에 비춰보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두 후보의 디스플레이 공약은 '충남지역 공약'으로 국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충남 아산시에 있기 때문인데 국가핵심기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큰 그림으로 보기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디스플레이 '초격차' 놓치면 한순간에 日 전철...정책적 이정표 띄워야

양강 대선 주자의 이 같은 인식은 국회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당정이 추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디스플레이가 제외된 탓에 유력 후보들도 공약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제품,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등 6개 주요 산업의 수출 전망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디스플레이는 TV 수요 감소에 이은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 확대로 수출이 1.4%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지난해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집계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을 보면 한국이 보유한 대형 OLED 패널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사례가 2017년 29%에서 2021년(9월 기준) 53%로 치솟았다.

올해 디스플레이 분야의 낙폭은 크지 않으나 첨단 기술산업 특성상 한 번 놓친 '초격차'를 다시 찾아오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1990년~2000년 초반까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호령했다가 한순간에 추락한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정책적 이정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산업은 아니지만 대규모 고용을 수반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中 OLED 추격, LCD 때보다 빨라…국가차원 육성 절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사진제공=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중국이 불과 6년 만에 전 세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선 10년이 걸렸던 일이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 OLED 시장에서 적게는 1~2년, 많게는 5년까지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린 것으로 본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김 부회장의 진단이다.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가 LCD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때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생산 확대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의 OLED 생산능력이 한국의 40% 수준으로 집계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쓰이는 중소형 OLED로 범위를 좁히면 90% 수준까지 근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중국이 디스플레이 육성을 위해 인프라 구축부터 설비투자, 패널 생산, 판매 등 전 단계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면서 그동안 잘 싸웠지만 디스플레이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이제는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뺏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이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회장은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른 OLED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기업의 기술혁신과 선제적 투자에 걸맞는 정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R&D(연구개발)와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 공제율을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현재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개 분야만 지정된 상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은 전문인력 육성과 기술·인재유출 예방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전문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며 "산학이 협력하고 있고 협회도 인력 실태조사·박람회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인력 양성과 인력 미스매칭 해소에 산학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인재 유출 문제와 관련해선 민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핵심기술 5건을 포함해 산업기술 17건이 해외로 유출됐다. 김 부회장은 "대부분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례로 핵심인력과 기술이 유출될 경우 중국의 추격이 더욱 빨라지게 된다"며 "선제적인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경제·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산업 전반의 파급효과가 큰 핵심산업"이라며 "한중 기술패권, 공급망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1위를 재탈환하기 위해선 R&D와 인력양성, 기술보호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OLED 협력사도 인력·기술 中 유출 '좌불안석'


/사진 = 뉴스1

"성과급도 올리고 R&D(연구·개발)에 수십억을 쏟아부어도 언제 중국에 뺏길지 몰라 불안하기만 합니다."

LG디스플레이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17일 '최근 호황세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확대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선점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 보릿고개'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지만,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거액의 보수를 약속받고 '잠적' 하는 경우도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세계 OLED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가정에서 고화질 영상 시청 수요가 늘어난데다 LCD 패널 수급난, 중국업체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인한 OLED 수요층 이동이 겹치면서 지속 상승 추세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세계 OLED 패널 매출은 지난해 425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630억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중국 업체들의 무리한 증설로 포화 상태인 LCD 시장 대신 OLED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국내 디스플레이를 대표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외에도 협력사들 역시 OLED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TV·모바일용 OLED 패널부터 OLED 제조공정 핵심부품까지 적극 협력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 역시 매섭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OLED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한편 한국·대만의 기술 인재 '빼오기'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2020년 가동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이 수율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으며, 세계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중국의 BOE도 애플의 아이폰13에 들어가는 6.1인치 OLED 패널을 출하하는 등 OLED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공장 전경.(LG디스플레이 제공)/ 사진 = 뉴스1

아직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사의 점유율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의 기술유출이 심화되다 보니 '보릿고개'를 갓 넘어선 협력사들도 초긴장 상태다. 2020년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만나 회사 비밀을 유출하고 거액의 연봉을 요구한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직원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OLED 관련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협력사들은 성과급을 올리고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는 등 '제2의 보릿고개'는 막겠다는 각오지만 쉽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닌데도 우리 회사의 직원에게 '무제한 항공권'과 1년치 연봉의 4~5배를 내밀며 스카웃하려는 중국 회사들이 있다"라며 "금전적인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유출을 막을 수 있지만 자금 규모가 영세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늘고 있는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중국의 OLED 시장점유율은 16%로 2019년 9.8%, 2020년 12.2%의 점유율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에서 아직은 중국과 격차가 벌어져 있으나 우리가 자금적 열세에 있기 때문에 언제 따라잡힐지 알 수 없다"라며 "협력사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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