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방 노리는 日 맞수의 도발···SKIET, 끄떡없을 거란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2.02.18 14:47
/사진=머니투데이DB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의 분리막 경쟁사 일본 아사히카세이가 최근 가격인하를 통해 국내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IET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들이 나온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사히카세이가 국내 일부 배터리 기업에 기존 대비 20~30% 가량 인하한 습식분리막 ㎡당 1~1.3달러 수준의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한국 고객사를 보유중이었으나 보다 적극적인 판촉활동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사히카세이는 자국 배터리 기업인 일본 파나소닉이 분리막의 주요 고객사이나 최근 파나소닉이 글로벌 배터리 경쟁사들 대비 성장률이 더딘 점이 적극적인 해외 영업에 나서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지난해 2020년 대비 50~100%의 성장세를 보인 반면 파나소닉 성장률은 33.5%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아사히카세이의 가격 인하가 라이벌 관계에 있는 SKIET의 성장 경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SKIET 역시 최근의 차(車) 출하 지연 상황 등에 대응해 이미 가격 정책을 기민하게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SKIET 실적발표에서도 고객사 출하차질에 따른 일부 물량은 가격 인하를 감안한 마케팅으로 판매할 계획이라 밝혔었다"며 "분리막의 원재료는 메탈이 아닌 PE·PP와 같은 제품이어서 상대적으로 원재료 가격전가 폭이 크지 않고 최근과 같은 수요 차질 국면에서 단기적 가격인하는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SKIET의 2021년 판가가 이미 0.9달러가 채 되지 않기에 (아사히카세이의) 20% 인하란 워딩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사히카세이가 최근 분리막 경쟁 심화로 낮아진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자 전체 배터리 기업이 아닌 일부 기업에 가격 인하 카드를 제시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 인하폭이 20~30% 수준이라거나 그 가격이 1~1.3달러라는 것은 와전된 것으로 알고 아사히카세이도 그 가격대 이하로 수 년 전부터 판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사히카세이는 글로벌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SKIET와 선두권을 다투는 주요 경쟁사다. 티어1 분리막 시장은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탑 완성차 업체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공급되는 분리막 제품시장을 이른다. 고품질 분리막을 만드는 기업들만이 포진해 있다.

SKIET 지난해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해당 시장에서 생산능력 기준 시장 점유율은 SKIET가 26.5%(4억9100만㎡)로 1위, 아사히카세이가 23.7%(4억4000만㎡)로 2위, 도레이가 23.6%로 3위다.

양사 경쟁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습식 분리막은 전량 일본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던 시절 SK이노베이션이 소재 국산화에 도전장을 낸 것. 2004년 국내 최초 리튬이온전지 습식 분리막 개발에 성공, 2005년 충북 공장 가동에 돌입한 것이 SK 분리막 역사의 시초다.


사업 초창기, SKIET가 SKC에 분리막을 소량 납품을 시작하자 아사히카세이가 SKC에 공급하던 물량을 전량 끊어 '몽니'를 부렸던 일화는 유명하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 SKIET는 빠르게 양산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 업력을 토대로 국내 배터리 기업, 노키아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성장, 급기야 업계 1위 아사히카세이를 제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SKIET가 지난해 증시 상장 후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을 예고, 경쟁사들을 더 큰 격차로 따돌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아사히카세이도 이를 의식한 듯 사업 확장에 나섰다.

아사히카세이는 지난해 300억엔(3115억원)을 투자해 습식 분리막 공장을 증설해 2023년 기준 13억5000만㎡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을 예고했고, 같은해 9월에는 중국 상해은첩(SEMCORP)와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SKIET는 증설 속도는 좀 더 빠르다. 지난해 4분기 폴란드 1공장 공사를 마쳤으며 이는 SKIET 유럽 첫 진출 공장으로 연산 3억4000만㎡의 능력을 갖췄다. 이는 전기차 30만대 분량이다.

SKIET는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폴란드 4공장까지 준공, 유럽에서 최대규모인 15억4000만㎡의 분리막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SKIET는 한국, 중국, 유럽 등을 모두 합친 SKIET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오는 2025년까지 40억2000만㎡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한편 SKIET는 지난해 4분기 차출하 지연과 폴란드 공장 승인 지연 등으로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단기 실적 불확실성에 따라 목표가가 하향됐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세를 예측하면서 장기 성장성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NH투자증권이 10억원 영업손실, 유진투자증권이 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다보는 등 소폭 적자와 흑자 전환 전망이 혼재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에는 중국 IT 수요의 점진적 회복과 주요 배터리 셀 고객사들의 신규 공장 가동으로 분리막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폴란드 1공장 승인이 완료돼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뚜렷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분리막 수요는 2020년 약 40억9500만㎡에서 2025년 158억7700만㎡로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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