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부활" 꿈꿔온 푸틴, '운명의 날' 앞두고 물러선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02.16 15:05

美 예고한 '2월16일' 하루 전 유화 입장…
푸틴 "전쟁 원치 않고 대화 준비 돼 있다",
'전쟁 공포'에 떨던 국제사회 한숨 돌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훈련 후 철수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미국 및 NATO와의 안보 회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22.02.16.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력 충돌을 희망하지 않으며 외교적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측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을 하루 앞두고, 일부 병력 철수를 시작했다며 갑자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전쟁 공포에 휩싸였던 국제사회는 대규모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해졌다. 미국·영국 등은 러시아군 철수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약 3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러 이슈에 대해 서방 진영과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벨라루스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마친 일부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킨다고 발표한 내용도 재차 확인했다. 또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안보 이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 등을 외교 협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강경했던 푸틴, 왜 갑자기 입장 누그러트렸나


러시아군의 방공시스템 S-400 /AFP=뉴스1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전 언제라도 대규모 군사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공개했다.

미국이 예고한 우크라이나 공습 'D데이'인 16일을 하루 앞두고 "전쟁이 아닌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노련한 푸틴의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군사 첩보가 틀렸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려는 목적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푸틴의 존재감이 확실히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유럽 중심의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러시아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간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 정상들은 앞다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청했다.


서방국의 각종 회유와 경고를 무시하고 전쟁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간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독일과 연결돼 있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차단될 경우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동우크라이나 분쟁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자산동결, 입국제한, 방산품 수출금지, 금융규제 등 경제제재를 가했다. 수입 대체 산업을 발전시키며 9년째 힘겹게 버텨 온 러시아 입장에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우크라 사태를 활용해 확실한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을 끝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뉴스1


러시아군 진짜 철수할까…美·英 "침공 가능성 여전"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배치된 러시아군/AP=뉴시스
하지만 러시아가 진짜로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을 끝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와 합동훈련을 마친 군인들의 철수 계획은 실제 현장 상황에 따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반대 입장도 철회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푸틴은 "추후 협상은 나토 확장 금지 등 안전보장 요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우리에게만 달려 있지 않다"고 공을 서방국에 던졌다.

푸틴의 기자회견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군 철수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침공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입장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야전병원을 세우고 있어 여전히 침공을 준비하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0일 직후 침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개월 간 우크라이나 접경에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 만큼 무위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당일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주요 은행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사이버전을 편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집권 이후 줄곧 옛 소련의 부활을 외치며 장기집권 발판을 구축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이 여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푸틴은 소련 붕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에는 치안 안정을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파견한 바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남편, 술먹고 성매매"…법륜스님에 역대급 고민 털어논 워킹맘
  2. 2 "아이고 아버지! 이쑤시개 쓰면 안돼요"…치과의사의 경고
  3. 3 "보고싶엉" 차두리, 동시 교제 부인하더니…피소 여성에 보낸 카톡
  4. 4 경매나온 홍록기 아파트, 낙찰돼도 '0원' 남아…매매가 19억
  5. 5 붕대 뒹구는 '강남 모녀 피살' 현장…"무서워 출근 못해" 주민 공포[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