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키운 고시촌 청년창업가...투자사 CEO로 변신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22.02.28 13:00

[머니人사이드]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에베레스트 함께 오르는 '셀파' 역할 하겠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변변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의지와 열정만 갖고 서울로 올라왔다. 신림동 고시텔에 살면서 창업을 준비했고 좋은 투자자를 만나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는 "다른 사람보다 똑똑하거나 잘나지 않은 사람도 스타트업이라는 기회를 통해 사회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더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하는 회사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AC) 성격이 강했지만,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투자회사 인가를 받으면서 후기 투자까지 진행하는 벤처캐피탈(VC)로 진화했다.


더벤처스 투자받은 창업자, 더벤처스 대표를 맡다



더벤처스의 창업자는 2007년 영상 자막 플랫폼 운영사 '비키'를 설립한 뒤 2013년 일본 이커머스 회사 라쿠텐에 엑싯한 호창성·문지원 대표다. 부부인 이들은 지난해 11월 더벤처스의 경영에서 물러나 싱가포르에 터를 잡고 동남아 지역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김철우 대표는 2014년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 '셀잇'의 창업자다. 설립 당시 더벤처스가 초기투자 및 인큐베이팅했던 스타트업이다. 법인설립 1년2개월 만인 2015년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

이후 2017년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를 운영 중인 퀵켓과 합병했다. 통합 법인인 번개장터 주식회사에서 김 대표는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아 서비스 개발을 이끌었고 2019년 번개장터와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의 매각딜을 리드했다.

김 대표는 2020년 2월 더벤처스의 파트너로 영입된 뒤 지난해 초 한국법인을 총괄하는 대표 자리에 올랐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과거 자신에게 투자했던 VC의 대표직을 맡은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다.


선배가 후배 창업자 돕는 '페이잇포워드' 실천


(왼쪽부터)더벤처스에 합류한 김대현 파트너, 김철우 대표, 김태성 파트너
김 대표는 창업자 출신인 자신의 이력을 언급하며 더벤처스의 정체성이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에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잇포워드는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 창업자들에게 공유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다.

그는 "더벤처스의 주요 멤버들은 모두 스타트업의 한 사이클을 돌아봤던 창업자 출신"이라며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어려운 점을 진심으로 잘 이해한다. '해봤으니까'라는 점이 다른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더벤처스 창업자인 호창성·문지원 대표를 비롯해 김철우 대표와 함께 더벤처스에 합류한 김대현·김태성 파트너 모두 창업자 출신이다. 김대현 파트너는 셀잇의 공동 창업자로 김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김태성 파트너는 2013년 주차장 정보제공·예약·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킹스퀘어를 설립했다. 더벤처스에서 시드투자를 받은 뒤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이사를 맡아 카카오T 서비스 내 주차사업을 총괄했다.



투자원칙 "내가 이 대표 밑에서 일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더벤처스의 멤버들이 '셀파(히말라야 산악 등반 안내인)'와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셀파는 앞에 나서지 않지만 에베레스트를 내 집 드나들듯 다녀봐서 어떤 길로 가야 되는지, 어디에서 위험이 있는지 등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에베레스트를 많이 가봤다고 해도 1년 전과 지금은 다를 수 있다. 스타트업의 환경도 시시각각 빨리 변한다"며 "우리의 조언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창업자들끼리 소통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벤처스의 투자원칙과 관련해선 '사람'을 1순위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과연 내가 '이 스타트업 대표의 밑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본다"며 "그가 믿을 만한지, 사람 자체로 매력이 있는지, 해당 비즈니스에 얼마나 헌신적인지 등을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이하고 꿈이 컸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망한다. 어차피 망할 것이라면 성공했을 때 최대한 큰 사회적인 임팩트가 있거나 금전적인 리워드가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대폭 확대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더벤처스는 '투자업계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약 2000억원(1억7500만달러)을 유치한 뤼이드를 비롯해 헤이딜러·잡플래닛 등에 투자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엑싯 사례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오늘의 픽업'이 있다.

올해는 동남아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김 대표는 "기술 성장의 흐름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제품·서비스가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며 "조금 앞서있는 한국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확대한다. 그는 "한국도 여전히 기회가 많은 곳이다. 올해 국내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만 400억원 규모의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먼저 꺼내기 어려운 과거의 사건을 언급했다. 더벤처스가 정부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면서 스타트업의 지분을 과도하게 가져갔다는 혐의로 2016년 호창성 대표가 구속됐던 일이다.

그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랬다면 더벤처스에서 투자받았던 저를 비롯해 다른 창업자들이 이곳으로 돌아왔겠느냐"며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과 법원의 스타트업 투자 계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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