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과 청약통장은 오래 묵힐수록 좋다. 힘들어도 안 깨는 게 상식인데.."
당첨되기만 하면 '로또'로 여겨졌던 주택 청약 통장 신규 가입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 등으로 도리어 해지하는 사람이 늘면서 서울 기준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2년여 만에 감소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올해 서울 집값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100대1을 넘는 청약 경쟁률에 지친 '청포족' 의 이탈도 가시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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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족의 이탈?..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총가입자 51명 순증 그쳐, 잔월에는 7852명 감소━
두달 연속 감소한 가입자가 올해 들어서 플러스 전환하긴 했지만 한때 한달에 수만명 순증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수가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총 4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현재 신규 가입이 가능한 통장은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유일하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출시된 이후 2015년 3월과 2019년 12월 그리고 2021년 11월, 12월 등 4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가입자가 줄거나 증가폭이 미미한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4가지 유형을 합한 모든 청약통장을 기준으로 보면 작년 12월 689만5698건(서울기준)에서 올해 1월 698만4698건으로 2000건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가입이 안되는 3가지 유형에서 기존 가입자가 해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주택자가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 되려면 청약통장 가입은 필수다. 서울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곳은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당첨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보험과 청약통장은 안 깨는 게 상식"이라는 말이 나왔다.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 가입했던 기간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가입 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도 통장을 해지하기보다는 예금액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분양 물량이 많으면 당첨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해지가 많이 일어날수는 있지만 최근 특별하게 분양물량이 더 많았다고 볼수 없다"며 "서울 청약 가입자수 감소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부동산 시장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수백대 일의 경쟁률에 지친 청포족들이 청약통장을 해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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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변곡점.가입자 이탈 시작? "급전필요하면 90% 예금담보대출 이용해야"...주택기금 여유자금 45조원 돌파━
서울은 청포족의 이탈이 변수라면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7710가구로 지난해 11월 말 1만4094가구에 비해 25.7%(3616가구)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늘고 있다.
다만 전국 기준으로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여전히 증가세다. 추세적으로 가입자가 줄 것으로 '속단'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4개 유형의 통장을 합한 전체 청약통장 기준으로 지난달 전국 가입자수는 2841만3016명으로 전월 2837만1714명 대비 4만1302명 늘었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청약통장 인기가 치솟으며 청약통장 불입액이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2021년 말 기준으로 45조원을 돌파(45조410억원)했다. 지난해 주식시징 활황으로 운용수익률은 3.29%를 기록해 벤치마크 수익률(2.58%)도 넘어섰다. 다만 올해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할 경우 청약통장 가입자 숫자가 줄어 기금 재원이 예상밖으로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여유자금과 별로 올해 93조원을 조성해 주거복지 등 각종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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