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여력 10조 줄인 5대銀, 올해 기업대출 42조 늘린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이용안 기자 | 2022.02.15 04:0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증가율은 다른 연령층을 크게 웃돌았고 이들의 가계부채 비중도 26.9%에 달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7.1%(추정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로는 3.4%포인트(p) 오른 수치다. 민간신용은 자금순환통계상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의 대출금, 정부융자, 채권 등 부채 잔액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간신용(추정치)는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43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2021.9.24/뉴스1

국내 5개 주요 은행이 올해 신규 기업대출 공급 여력을 가계대출에 비해 12조원 이상 늘려 잡았다. 총량 관리와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운 만큼 수익성이 높고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우량 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기 긴축 과정에서 취약차주인 자영업자 등의 개인사업자대출 부실화 우려를 감안해 대출 심사와 관리를 더 깐깐히 할 계획이다.

14일 머니투데이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확대 목표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평균 증가율은 6.68%, 합산 증가액은 42조4472억원으로 파악됐다.

은행별론 △KB국민 7%(10조4026억원) △신한 7~8%(9조8852억원) △하나 4~5%(5조5123억원) △우리 8%(9조5358억원) △농협 6.25%(7조1113억원) 등의 증가율(증가액)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은행이 가장 적극적인 기업대출 성장 목표를 제시했고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반면,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과 합산 증가액은 각각 4.15%, 29조4644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대 은행이 늘린 가계대출(38조8990억원·평균 5.8% 증가)과 견주면 올해는 10조원 가까이 신규 대출 공급 여력을 축소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을 증가율 4~5%대에서 관리하기로 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로 대출 증가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KB국민과 신한이 5%, 우리·농협이 4%, 하나은행이 2~3% 수준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대출 전략은 지난달 대출 잔액 증감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5대 은행의 1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말에 비해 1조3634억원 줄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의 첫 감소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 1월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줄었다. 이에 반해 5대 은행의 1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말보다 8조1739억원 급증했다. 전체 은행으로 넓히면 1월 기업대출 증가액이 약 1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초저금리 기간 주택구입과 자산 투자를 위한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작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올해는 우량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두고 은행 대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가계대출로 세를 넓혀 온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업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토스뱅크는 이날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실제 사업을 영위해 매출을 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최저금리 연 3% 초중반(변동금리)에 최대 1억원을 빌려준다.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 무보증·무담보로 진행한다.

케이뱅크도 1분기 안에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SOHO) 대출을 선보인다. 지방은행 역시 기업대출 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최근 지방은행 최초로 중·저신용 개인사업자를 위한 비대면 소호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놨다.

은행권에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이 격화할 경우 무리한 영업과 자산 확대가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날 '202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 심사·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모두 가능한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을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시설·운영자금 등 기업 활동 목적에 사용해야 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부동산 투자 등에 용도 외 유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용도심사 및 사후 관리 강화방안도 모색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대출 건전성 확보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우량하고 건전한 중기·소호(개인사업자)를 위주로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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