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年 53만원씩 절감..19살 교통카드가 만든 'K-환승' 매직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2.02.14 05:54

K-환승부터 MaaS까지, 서울 교통혁신-①

교통카드 전용버스 '시범운행 노선'을 적용 중인 150번 버스의 모습. / 사진=머니투데이DB


"우리 버스는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행 노선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금천구 말미고개 정류장에서 150번 버스에 올라타자 생소한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출입문 근처에 있던 현금통이 보이질 않았다. 언제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탔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버스기사는 "요샌 현금 내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버스와 현금통의 40년 동행이 종점을 향해 달린다. 시내버스 현금통은 '버스 안내양'으로 불린 여차장제에 이어 토큰, 회수권을 거쳐 1980년대 초반 도입됐다. 앞으로는 교통카드만으로 버스를 타게된다. 서울시가 '현금 없는 버스'의 시범운행을 통해 단계적으로 오는 6월까지 현금승차 폐지에 나서기로 해서다.

1996년 이후 출생한 Z세대들에게 현금승차가 도리어 생뚱맞은 소리다. 버카충'(버스카드 충전)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로 이들에게 버스는 당연히 교통카드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지하철과 환승할인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버스·지하철 탈 때마다 계산→교통카드로 10㎞까진 환승 무료


중앙차선과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자리 잡히기 이전의 서울시 도로(왼쪽)와 2004년 7월 이후 환승 시스템이 적용된 모습. / 사진=머니투데이DB
서울시의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은 2004년 7월 중앙버스전용차로와 함께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로 성장하며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중앙차선이 도로 위의 정체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면 환승할인은 승객들의 마음을 잡을 열쇠였다.

이전까지는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이 불가능했다. 버스 탈 땐 버스카드를 쓰고, 지하철 탈 땐 종이로 된 정액권이나 일회용 승차권을 써야 했다. 버스와 지하철의 기본 요금은 각각 650원, 640원으로 저렴했지만 환승을 할 때마다 각각 돈을 내야 했다.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않던 것은 물론 번거로움도 컸다.

환승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 버스 회사와 지하철을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통일하고, 승객들이 지불한 금액을 GPS(위치측정장치)로 정확하게 산정해 각 운송기관에 분배해야 했다.


카드 접촉부터 요금 계산까지 0.5초 안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최신 통신기술도 적용됐다. 교통카드에 주파수(RF) 기반 기술을 접목해 인식기와 약 5c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할 한국스마트카드, 현재의 티머니가 설립됐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초기 시행착오속 어색함을 느낀 시민 일부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환승할인은 빠르게 자리 잡았다. 도입 첫 해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25%가량 인상했음에도 10킬로미터(㎞)까지는 환승 무료 혜택을 제공해, 실질적인 이용 요금은 약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승혜택이 연 2000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 1.4배 교통 시스템으로 성장, 1인당 연간 53만원 환승비용 아껴


교통카드 시스템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이 먼저 도입했지만 버스,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카드로 아우르는 것은 서울시 티머니가 세계 최초다. 2019년 기준 전국의 버스 약 1만2900대와 지하철 게이트 약 9320대에서 하루 평균 2083만건의 결제가 이뤄진다. 서울과 인구와 면적이 비슷한 뉴욕의 1.4배에 달하는 양이다.

서울시 교통카드 환승 할인은 2007년 경기, 2009년 인천, 2014년에는 전국 대중교통으로 확대되며 더 많은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게됐다. 이후 신용카드와 연계한 후불 교통카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모바일 교통카드가 등장하며 대중교통 환승할인은 더욱 간편해졌다.

만약 교통카드가 도입되지 않아 환승할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서울시가 약 770억건의 교통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1인당 연간 53만원의 교통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환승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인이 혁신 사례로 주목하면서 'K-환승'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은 2008년 뉴질랜드 웰링턴·오클랜드, 2011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015년 몽골 울란바토르 등으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딜로이트글로벌은 이 같은 환승할인을 최대 강점으로 꼽으며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세계 7위로 평가한 바 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의 지하철·버스 환승과 요금활인 등을 통해 일찌감치 대중교통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를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의 수도권 환승 할인제도는 다양한 국가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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