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4차 산업혁명 시대, 新새마을운동

머니투데이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 2022.02.13 13:04

UFO칼럼

창업자는 시장의 문제를 포착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얼핏보면 창업자를 피상적인 사회운동가인 것처럼 만드는 '더 나은 사회'라는 개념은 기업가치와 수익률을 운운하는 투자 논리와는 영 멀어 보인다. 그러나 '더 나은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실상 VC(벤처캐피탈) 투자 심사 논리의 전부이다.

창업자와 직원들이 수십억원대 연봉을 가져갈 수 있는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파급력이 작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양적 확대(scale-up)가 어려워 VC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지니기 힘들다. 스케일업이 어렵다는 것은 그 소수의 이용자들에 의해 기업의 운명이 쉽게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며, 해당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2020년 기준, 대한상공회의소)은 29.2%로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마당에, 8~10년 존속하는 펀드를 운용하며 회수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VC 입장에서 생존율이 낮은 기업은 투자하기 어렵다.

스케일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의한 시장의 규모 자체가 충분히 커야 한다. 투자심사를 하다보면, 매출액과 이익을 어느 정도 꾸준히 내는 기업을 만나기도 하는데, 소위 J커브라고 불리우는, 매출액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아쉽지만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단지 VC가 투자기업의 가치 상승분 자체가 아닌, 그 상승폭에 베팅하는 직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실적은 내고 있지만, 이용자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기 보다 이미 존재하는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사회를 운영하는 데 이바지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역시 소중하지만, 사회적 양식을 바꿀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우, 조금 더 빠르거나 편리한 요소를 추가한 경쟁자에 의해 금세 모방되거나 도태할 수 있다. 매출액과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며 3대째 물려줄 수 있는 사업은 될 수 있을 지라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행동양식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문제 해결에 고민하는 창업자가 아니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고 하더라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더 편리한 사회', '더 빠른 사회' 정도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란 쉽게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래서 모든 기업이 투자를 받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VC로서 모든 기업은 투자를 받아야 하고 그 투자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를 점검 받고, 투자자를 비롯한 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가 많아져야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은 사회가 어디 한 개인의 역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겠는가. 한 세대가 지나고 창업자가 그 기업에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더 나은 사회를 이끌어갈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을 키워나가는 데에는 창업자의 개인 비즈니스 능력 이상의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사회의 규제가 스타트업 창업자를 형사 소송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기업 자체의 폐업을 초래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란 얼마나 범국가적(글로벌 서비스의 경우에는 범우주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없을 창업자 대표님들이 비단 본인의 부와 자아실현을 위해 이 여정을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해주셨으면 좋겠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훌륭한 기업을 키워내기 위한 이해관계인을 많이 포섭해 부디 지치지 않고 창업의 여정을 훌륭하게 완주하셨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도 온 마을이 필요한 마당에 한 기업을 키우는 데에는 온 사회가 필요하고, 우리는 기꺼이 그 사회의 일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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