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살 돈이 어딨어요"…'셀프방역'에 더 서글픈 저소득층

머니투데이 조성준 기자 | 2022.02.12 05:00
9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셀프방역'이 뭔가요, 그거 뭐 어떻게 하는 건데요?"

'셀프방역'을 이야기하자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 김모씨(60)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COVID-19)에 확진되면 본인이 직접 병을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했다. 마을 주민들에게 재택치료키트나 상비약이 필요하지 않냐고 묻자, 김씨는 "이 동네 사람이 살 돈이 어딨어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11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5만3926명을 기록했다. 이틀째 5만 명대의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방역 및 재택치료 제도를 개편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은 재택 치료 준비가 버겁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관은 식사·생활용품 전달에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복지 사각지대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자가진단키트' 없고 확진자는 늘어..."식사 후원하다 코로나 걸릴라"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재난 취약 계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긴급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지배종이 되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수만 명대에 달한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존 방역 체계에서 '셀프방역'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택치료키트와 상비약 준비도 어렵지만, 키트 사용법을 익히기도 여의치 않다.

구룡마을 주민 김원심씨(73)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소득도 거의 없어서 키트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웃과 만남도 줄이고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걸로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택치료에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자가검사키트, 해열제, 체온계, 소독제 등이 필요하다. 몸 상태를 체크해줄 수 있는 산소포화도의 경우 의료용이 5~10만원 수준, 자가검사키트는 약국에서 2회분이 2만원 내외로 팔린다. 여기에 체온계(1만원)와 소독제(1만원) 등을 구매하면 적어도 1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올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의 58만3444원(1인 기준) 약 17%가 재택치료를 위한 키트 구매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아직 키트 구매계획은 없다"며 "키트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자치구에서 후원 물품을 사회복지관에 제공하지 못하고, 복지관도 키트를 확보하지 못해 취약계층에 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강남구 소재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 자체적으로 '감염 예방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고령층 대상으로 감염 예방 안내 자료도 배포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키트 후원은 준비하고 있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키트 사용법 안내를 위한 대면 교육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사시는 독거 노인과 같은 경우 식사를 조달하는 것도 어렵다. 복지관에서 관리하는 저소득층에게는 반찬을 담은 도시락이 배달되기도 하지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1인 가구는 이마저도 조달이 어렵다.

게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봉사자마저 줄어드는 실정이다. 자원봉사자 혹은 복지관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리면 복지관 업무도 마비될 수 있다.

도봉구 소재 복지관 관계자는 "최근에 복지관 관리 대상자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진단키트를 전했다"며 "직원이 접촉했다가 확진되면 복지관 업무가 마비될 수 있어, 주변의 요양보호사에게 사용법을 안내하도록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조리된 음식을 지원하던 복지관에서는 봉사자가 줄어 반조리·레토르트 식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후원 대상자가 직접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지만, 죄송한 마음"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줄든, 방역 수칙이 완화되든 해서 일손이 늘어야 조리도 하고 (조리 후)정리도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은 이미 어려웠고 방역 지침 변경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전방위적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노인이나 저소득층을 타겟팅하여 따로 관리하는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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