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부품조차 없다…현대차, '반도체 담판' 위해 美에 임원 급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이태성 기자, 이강준 기자 | 2022.02.11 05:04

[출구 안보이는 차 반도체 공급난](종합)



현대차, 반도체난에 임원 美 급파...업계 "3분기 해결 불투명"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반도체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 임원급 담당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완성차업계의 어려움 역시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주 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상무급 임원을 급파했다. 피닉스는 미국의 반도체기업들 다수가 자리잡은 도시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자 물량 확보를 위해 반도체업체들과 담판을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방문은 정기출장이 아닌 갑작스런 파견이다.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출장 제한 방침을 내렸는데, 공급 상황이 악화되자 사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임원급을 급파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재는 모스펫(MOSFET) 계열로 알려졌다. 전력반도체 소자인 모스펫은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수행하는데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 등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그간 부족한 것으로 주목받은 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 계열의 차량용 반도체와 달리 시장가격도 비싸지 않은 기본적인 필수품이다. 그러나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물론, 차업계 전반에 걸쳐 이같은 기본적인 제품조차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스펫은 전기 흐름을 제어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더 많이 필요하다. 최근 전기차를 내세워 일본 진출을 선언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셈이다.

업계 내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상반기에 끝난다'는 당초 예측보다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반도체 문제에 대해 "반도체 부족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상반기까지는 공급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고, 그 외 리스크도 있을 수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기본적인 반도체조차 여전히 공급이 어렵다"며 "지난해보다 정상화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아직까지 리드타임(물품 발주부터 납입까지의 기간)이 1년 반에 달하는 반도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에도 반도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특히 자동차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는 기존 업계가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단기간에 막대한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동차 반도체난 해소되나 했는데..."2024년에야 해소" 우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대한 기대가 다시 멀어지고 있다. 3분기 정상화를 낙관했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반도체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원급을 미국에 급파하는 등 수급 동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다. 2024년에나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다소 개선되는 듯 보였던 반도체난은 이달 들어 다시 극심해지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52만8788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5% 감소했다. 내수 9만3900대(19.2%), 해외가 43만4888대(9.7%) 줄었는데, 반도체 수급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주문을 받아놓고 반도체 때문에 출고를 하지 못한 차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수입차 판매도 크게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가 1만7361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달인 지난해 12월보다 27.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2.2% 줄어든 양이다.

현재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반도체 물량은 이미 지난해 주문된 것들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주문 후 배송기간(리드타임)이 자동차업계 예상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리드타임은 지난해 11월 소폭 개선된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IT 시장조사업체 서스퀘나파이낸셜그룹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반도체 리드타임이 전월 대비 6일 길어진 약 25.8주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여기에 전자 기기 및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반도체 수요 자체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반도체 주문량이 올해 생산량을 뛰어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2년 차 반도체 생산능력 대비 약 20~30%가 초과 예약돼 2023년 주문을 접수 중"이라며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6개월 이후 인도 물량을 주문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1월 이후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에 보다 힘이 실린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 중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이 기대감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도 부정적인 전망들이 우세하다. NXP, 인피니온(Infineon) 등 주요 자동차 반도체(칩) 제조업체는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헬무트 가셀 인피니온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지난해말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배송 병목(공급 부족) 현상은 2022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내년) 연말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할만한 칩 제조 및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데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오는 2024년에나 반도체난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와 전자 쪽 반도체 수요가 같이 증가하면서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체가 공장을 신설했다고 하더라도 공급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난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증가 시점을 2024~2025년으로 내다봤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회복 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전년대비 개선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은 3월이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車 기업, '반도체 내재화' 합종연횡…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1년 이상 지속되자 글로벌 완성차·파운드리 기업간 연합전선이 구축된다. 기술 협력 수준부터 내재화까지 대응 방식도 제각각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는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1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차량용 반도체 기술협력·내재화·공급망 관리 등에 나섰다.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협력으로 기술 수직통합 계획 중이며, GM은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토요타·테슬라·폭스바겐 등 다수 완성차 기업은 반도체 내재화 추진 중이다. 또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축소하는 JIT(Just-in-Time) 방식에서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공급망 관리 방식으로 변화도 모색한다.

완성차 업계는 범용 반도체 등 소수의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테슬라·폭스바겐·닛산 등은 소프트웨어 재설계로 커스텀칩을 범용칩으로 대체하여 공급 유연성을 확보했다.

GM은 현재 사용 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해 다양성을 95% 줄일 계획이며,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하여 칩 수요 80% 대체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반도체 내재화에 대해 장기 계획을 수립중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공급난을 겪고 있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칩 생산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전기차용 전력반도체와 자율주행차용 통합칩(SoC)등 고성능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맡는 계열사는 2020년말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를 흡수한 현대모비스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미래 차세대 반도체 개발…'고성능 반도체 기술 확보=전기차 시장 주도권'

(고양=뉴스1) 구윤성 기자 =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사이먼 로비스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왼쪽부터), 장웅준 자율주행사업부 상무, 유원하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아이오닉5 레벨4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고 있다. 2021.11.25/뉴스1

현대차가 MCU칩 직접 생산에 유보적인 건 '돈이 안돼서'다. MCU는 저가용 범용 반도체로 수익성이 크지 않은데다가 생산라인 확충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현대차가 지금 당장 생산 과정에 돌입한다고 해도 칩이 쏟아져 나오려면 올해 하반기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차량 출고가 지연된다고 해서 차량을 사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만큼 굳이 MCU 생산에 나설 필요가 없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질텐데 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MCU 칩을 생산하고 싶어도, 국내 협력사 공급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생산 공장을 돌릴 수 없다. 현재도 현대차그룹은 1~2차 협력사로부터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는데, 이 협력사들은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을 수입해온다.

현대차는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자율주행차용 칩 등 고성능의 미래 차세대 반도체 개발 역량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내연기관 차량엔 1대당 약 200개 정도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엔 그 10배인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알려진다. 차량의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연동시키는 것이 미래 자동차 핵심으로,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자가 곧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는 평가다.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은 지난달 신형 G90 발표 행사에서 "구매, 연구소와 같이 (반도체 공급난 등을) 지속 대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반도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차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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