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3년'…승인받고도 사업 개시 못한 271개 과제, 이유는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2.02.10 19:00
2021 대한민국 중소기업 규제혁신 대상. 규제 혁신 퍼포먼스. 2021.12.23./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신산업 발전 촉진을 위해 2019년 1월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지난달 17일로 시행 만 3년을 넘어섰다. 신기술 혁신사업을 위한 도전이 과거의 규제에 가로막히는 경우, 한시적으로 허가를 내주면서 '혁신산업의 요람'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로 정부는 그간 총 632건이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받았고, 57%(361건)의 서비스가 개시됐고, 승인 기업들이 약 4조8000억원의 투자유치를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짙다. 소관 부처가 여럿인 경우 각 부처의 규제 주도권 갈등과 소극적인 업무 처리로 '혁신 실험'의 필요조건인 신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가까스로 '조건부 승인'을 받더라도 여러 조건이 따라 붙어 샌드박스로서의 실효성이 퇴색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한 43%(271건)의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예컨대 '내국인 공유숙박' 샌드박스의 경우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고 △서울 지하철 역사 반경 1㎞ 이내에 집이 있어야 하며 △영업일수를 180일 이내로 제한하는 조건이 붙으면서, 당초 예정한 서비스 개시 시기를 미뤄야 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애초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구상할 때보다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 사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벌려놓은 사업을 밀어부칠수도 또는 철수하기도 어려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의 양적 확장을 통한 '홍보'에만 매달릴 뿐, 정작 사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도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공동으로 지난달 11일 발간한 '디지털경제와 규제혁신' 보고서에서 "한국형 규제샌드박스는 신산업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유연한 규제생태계 조성에 공헌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양적 확장에 집중해 적절한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규제 불확실성 및 규제 공백 해소에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처간 혼선과 갈등에 따른 부작용이 계속되는 국내 규제 샌드박스의 현실과 관련, 한국보다 한 발 앞서 2018년 6월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해 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 사무를 총괄하는 기구는 일본 총리를 도와 주요 정책의 기획·입안·조정과 정보 수집 등을 담당하는 '내각관방' 산하의 '일본경제재생종합사무국'이다.


사무국 내 정부 단일 종합창구인 '신기술 등 사회구현추진팀'이 프로젝트 및 지역 단위의 신기술 실증계획 신청을 받아 상담한 뒤 신청서를 규제 주무부처에 송부하면, 각 부처는 인정 가능 여부를 신청 기업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친다. 또 샌드박스 신청에서부터 인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2개월 이내'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내각관방이 산하 기관이 직접 주무 부처와의 사전 조정과 역할 분배 등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규제 샌드박스에 관한 정책이 단일 창구로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규제개혁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제도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핵심은 '선규제-후시행'의 기존 규제 체계를 '선시행-후규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며 "규제 샌드박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담당 기관의일원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규제 샌드박스의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규제기관의 집중화 및 일원화를 구축하고 있지만, 일본과 같은 강력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규제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백가쟁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ICT과 온라인 플랫폼 분야 7개 협회·단체가 포함된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선후보 공약 제안서에서 "부총리급 정부부처인 '디지털 경제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ICT 관련 기능 통합과 재조직을 통해 "'규제 권한'을 두고 여러 부처가 겪는 고질적 밥그릇 싸움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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