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를 약 1조6457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2020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의 8배에 육박한 규모다.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 등을 제외해도 1조5000억원 이상이 남는다. 제약·바이오업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상장 효과가 컸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이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 약 2100억원과 합하면 이것만으로도 1조2100억원 규모다.
단순히 상장 등 영업외 효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시작된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한국이 '백신 허브'로 도약한 뒷심이 된 기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등을 통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4742억원이다. 2020년 보다 영업이익은 1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판매효과까지 겹쳐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도 더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SK바이오사이언스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대비 34.2% 늘어난 6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1조6000억원 이상 현금 실탄은 상징적으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급 블록버스터 백신 개발도 손대볼 만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을 통해 모더나에 투입된 개발비가 약 1조7000억원이었고 이를 토대로 모더나 백신이 1년만에 탄생할 수 있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손에 쥔 현금이 그정도 규모"라고 말했다.
신규백신을 3개 까지 개발 가능한 자금이라는 말도 나온다. 통상 1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비용은 5000~6000억원 정도여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백신을 개발한 바이러스는 30여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 도전에도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일단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에 독감백신을 더한 '콤보백신'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미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눈앞에 둘 만큼 기술력을 닦아둔 데다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을 개발한 경험까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 콤보백신 임상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 변이주가 속한 바이러스 계열을 전방위적으로 예방할 '범용 백신'과 2023년 임상 3상 진입 계획인 폐렴구균 백신도 개발중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 감염병 국면을 기점으로 최첨단 백신 기술로 떠오른 mRNA 플랫폼 기술 도전이 핵심이다. 현재 자체 mRNA 구조체 제조기술 및 동물시험 데이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백신 제조까지 가능한 mRNA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독감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은 물론 환자 맞춤형 항암백신까지 개발 가능한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나의 블록버스터급 백신을 개발해내는 것 이상의 효과다.
백신 자체 개발은 물론 인수합병 등 지름길을 택할 가능성도 열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 업체의 구조조정 기회를 엿봐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단위의 인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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