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현금 쥔 SK바사…"이정도면 모더나급 백신도 만들듯"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2.10 14:36
SK바이오사이언스의 현금 실탄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상장 공모자금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통한 현금이 유입된 결과다.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출범한지 3년여 만에 제약·바이오업계 최고 수준 현금 동원력을 갖추게 됐다. 자력으로 모더나 백신 급 블록버스터 백신 개발이 가능할 정도의 현금 여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mRNA(메신저RNA) 플랫폼 기술을 통한 차세대 백신 개발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블록버스터 백신을 겨냥한 글로벌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 손에 쥔 현금 규모만큼 성장을 위해 추진할 전략 카드도 다양해진 셈이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를 약 1조6457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2020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의 8배에 육박한 규모다.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 등을 제외해도 1조5000억원 이상이 남는다. 제약·바이오업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상장 효과가 컸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이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 약 2100억원과 합하면 이것만으로도 1조2100억원 규모다.

단순히 상장 등 영업외 효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시작된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한국이 '백신 허브'로 도약한 뒷심이 된 기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등을 통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4742억원이다. 2020년 보다 영업이익은 1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판매효과까지 겹쳐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도 더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SK바이오사이언스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대비 34.2% 늘어난 6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1조6000억원 이상 현금 실탄은 상징적으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급 블록버스터 백신 개발도 손대볼 만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을 통해 모더나에 투입된 개발비가 약 1조7000억원이었고 이를 토대로 모더나 백신이 1년만에 탄생할 수 있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손에 쥔 현금이 그정도 규모"라고 말했다.


신규백신을 3개 까지 개발 가능한 자금이라는 말도 나온다. 통상 1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비용은 5000~6000억원 정도여서다. 지금까지 인류가 백신을 개발한 바이러스는 30여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 도전에도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일단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에 독감백신을 더한 '콤보백신'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미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눈앞에 둘 만큼 기술력을 닦아둔 데다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을 개발한 경험까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 콤보백신 임상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 변이주가 속한 바이러스 계열을 전방위적으로 예방할 '범용 백신'과 2023년 임상 3상 진입 계획인 폐렴구균 백신도 개발중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 감염병 국면을 기점으로 최첨단 백신 기술로 떠오른 mRNA 플랫폼 기술 도전이 핵심이다. 현재 자체 mRNA 구조체 제조기술 및 동물시험 데이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백신 제조까지 가능한 mRNA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독감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은 물론 환자 맞춤형 항암백신까지 개발 가능한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나의 블록버스터급 백신을 개발해내는 것 이상의 효과다.

백신 자체 개발은 물론 인수합병 등 지름길을 택할 가능성도 열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 업체의 구조조정 기회를 엿봐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단위의 인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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