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조원 규모로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가 54조원까지 늘리기로 하고,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사실상 증액에 찬성하는 입장을 시사했음에도 여전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액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지출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고, 적자 국고채 발행시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과 오는 3월9일 대선 이후 새 정부에서 또 다시 추경 편성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김 총리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뜻을 모아준다면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증액에 찬성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는 이미 추경 증액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는 14조원 규모 정부의 추경안보다 총 40조원 많은 약 54조원 규모로 예비심사를 마쳤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주장하는) 35조~50조 규모의 증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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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 "시작도 안 한 사업, 예산부터 깎으라니"━
홍 부총리가 추경 증액에 완강히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원 확보의 어려움이다. 국민의힘은 지출 구조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607조7000억원 규모 올해 본예산 사업 중 '한국판 뉴딜' 등의 예산을 깎아 추경 재원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40조원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이제 막 시작했거나 착수 예정인 사업의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집행이 부진하거나 계약 체결이 안 됐다고 하면 (일부 사업을) 이월시킬 순 있지만 연초에 막 시작하려는 사업들을 무작위로 잘라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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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2.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였는데 이번 추경을 정부안대로 편성하면 50.1%까지 높아진다. 40조원 증액을 전액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면 국가채무비율은 약 52%까지 뛴다.
홍 부총리는 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제신용평가사와) 지난 2~3년간 협의해 본 바로는 한국의 국가채무에 대해 재정 당국이 (관리) 노력을 병행한다는 것에 대해 평가를 해줬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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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3. 추경, 새 정부에서 또 편성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8일 "(1차 추경)결과와 상관없이 대선 후 50조원 정도는 긴급재정명령 또는 추가 추경으로 반드시 확보해서 코로나 방역과 경제 활성화, 경제적 피해를 보전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취임 후 100일 내 50조원 손실보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올해 손실보상 예산이 총 5조1000억원(본예산 3조2000억원 및 추경 정부안 1조9000억원)이라는 점에서 집권 시 2차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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