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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사람 입김과 같다"...미세먼지 유발물질 연 230톤 섞여나와━
특히 발전소는 굴뚝에서 나오는 흰연기를 '수증기'라고 설명해왔다. 전진형 당안리발전소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주전 발전소에 전화해 '흰 연기가 건강에 해롭지 않나'라 묻자 '수증기고 무해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발전소도 외벽에 "굴뚝에 나오는 건 하얀 수증기"라며 "사람 입김과 같은 현상"이라 적은 입간판을 세웠다.
하지만 흰 연기에는 질소산화물이 다량 포함됐다. 질소산화물은 대표적인 미세먼지 2차 생성의 주요 물질이다. 수증기나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된다. 질소산화물이 검출되는 대표적인 기체가 자동차 배기가스다.
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5ppm보다 낮아 허용량(20ppm)보다 낮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발전소가 제시한 수치는 발전이 정상가동(고출력) 상태에 이르러 안정화됐을 때 배출량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2020년 9월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NG 발전소는 '가동초기' 단계에서 불완전 연소를 해 질소산화물 외에도 총탄화수소(THC), 일산화탄소(CO) 검출량이 높다. 감사원은 "신인천 LNG 발전소의 경우 정상가동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0ppm라면, 가동초기 단계에선 80~120ppm"이라 밝혔다.
가동초기 단계에는 다른 유해물질 배출량도 높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분석해 당인리발전소가 가동초기 단계에서 총탄화수소(THC) 평균 3113ppm(최대 6690ppm)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발전소 운영 지침상 LNG 발전소는 가동·중단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우선 가동하고 LNG발전소는 전력피크 시에 가동한다. 질소산화물과 유해물질 배출량이 많은 가동초기 단계를 수시로 겪는 셈이다.
감사원은 "LNG 발전소는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등 대책의 효과를 낮춘다"며 "인근 지역 주민들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0년에 당인리발전소에서는 질소산화물이 222톤이 배출됐다고 알려졌다. 환경부는 당해 당인리발전소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마포·노원·강남구 등 3개 소각장 배출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을 합친 초미세먼지 배출 총량을 비교해도 3개 소각장(16.3톤)과 당인리발전소(14.9톤)의 배출량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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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문자라도 보내달라...유해성 투명하게 밝혀야"━
문제 해결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주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169톤이면 아직 서울 내 두개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양과 맞먹는다"며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다른 유해물질 배출량이 여전한 상황"이라 밝혔다.
주민들은 재난알림문자라도 보내달라고 강조한다. 배 위원장은 "주민들은 발전소가 언제 가동되고 멈추는지도 모르고 지낸다"며 "발전소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면 주민들이 창문이라도 닫을 수 있도록 안내 문자라도 보내달라"고 밝혔다.
흰 연기를 '수증기'라 안내하지 말고 유해 수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승진 전 합정동 통장협의회 회장은 "흰 연기가 무해하다고 소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밝혔다.
전진형 주민대책위 위원장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거나 눈, 비가 오는 날에는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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