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문과·경희대 이과 어디갈까요"..통합형 수능 뚜껑 열어보니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22.02.09 05:30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 유불리 확인.."이과 선택지만 넓어졌다" 지적 나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과생인데 연세대 교육학과와 경희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대학에 등록할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저는 이과라서 경희대가 끌렸는데, 어른들은 연대를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디가 더 나은 선택일까요"

2022학년도 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발표가 8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올해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시 상향 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교육부가 "문·이과 유불리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명백한 유불리가 확인된 셈이다.

8일 종로학원이 올해 정시 합격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어·수학·과학탐구 277점(백분위 합산)을 받아 건국대 화학·홍익대 실내건축에 갈 수 있는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지원해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할 경우 수도권 상위권 대학까지 합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숭실대 건축,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에 합격한 학생(269.5점)은 연세대 국문과로 진학이 가능했다. 또 이과로는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건국대 스마트ICT융합공학 수준의 수험생(282.5점)은 고려대 통계학과에 합격했다.

교차지원을 활용하면 비수도권 대학 점수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목포해양대 항해학부→인하대 정치외교(244.5점), 인하대 영문학과(219.0점) △순천향대 전자공→가천대 경영학부(210.5점) 등 사례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수학Ⅰ·Ⅱ를 공통으로 치르고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한다.

선택 과목 간 난이도에 따라 점수 보정이 실시되지만, 이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2022학년도 수능에서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생이 만점을 받을 경우 표준점수가 144점이지만, '미적분'에 응시한 이과생은 147점을 받는다. 같은 만점이어도 이과가 더 유리한 셈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험생 간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하고자 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정시 합격자 사례로 유불리가 확인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가 문과로 넘어와서 연고대까지 간다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이과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교차지원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의문이 있었지만, 결국 학생들이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이과생이 교차지원을 하면 문과생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대표는 "이과가 문과로 넘어가는 것은 완벽하게 진입 장벽이 없지만, 문과가 이과로 지원하는 것은 (응시 과목 때문에) 차단돼 있다"며 "실질적으로 이과 학생들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문과 학생들에게는 (통합이) 적용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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