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 여부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 대결을 이어가면서 여론조사 지지율 3위인 안 후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단일화 찬반 논쟁에 빠진 가운데 민주당까지 안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일단 안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혔으나 단일화 셈법 계산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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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변수로 떠오른 '安 단일화'… 尹·李 모두 가능성 열어둬━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후보 등록기간인 오는 13~14일이 1차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후보로 등록하면 사퇴하더라도 투표용지에 이름이 인쇄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며 "합쳐서 갈 수 있으면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 후보에게 예의가 아니라며 단일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과 달리 전향적인 태도를 내비친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선대본 회의 직후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배제할 생각 없고 방식에 대해 너무 떠드는 건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후보가 핵심적으로 해야 한다는 우리(선대본)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안 후보와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며 "이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 입장에서 말하면 우리는 (단일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디지털경제연합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권영세 본부장을 겨냥해 "어제는 아니라고 그랬다가 오늘은 또 된다고 그랬다가"라며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민주당의 단일화 제안에는 "저희한테 미리 어떤 사전 협의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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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선택권' 쥔 안철수, 어떤 결단 내릴까━
당의 재정적 손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안 후보가 두자릿 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선거비용을 단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수준의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선거비용 보전 기준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은 전액, 10% 이상 15% 미만은 절반이다.
윤 후보와 단일화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로 꼽힌다. 정권교체 명분을 충족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 구성 등 지분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다만 윤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현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안 후보 입장에선 당과 지지층 설득이 필요한 정치적 결단이다.
단일화 협상이 진행될 경우 경선보단 안 후보가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여론조사 방식과 문구를 둘러싼 갈등과 단일화 무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권교체를 이뤄낼 경우 안 후보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와 단일화는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문재인 정권 규탄과 정권 교체를 외쳤던 안 후보가 그동안 정치 행보를 스스로 뒤집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실제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라기보단 윤 후보와 단일화를 막기 위해 안 후보를 향한 구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큰 명분에 동참해서 공동정부에 참여하면 보수우파 진영에서 본인의 영역과 활로가 더 넓어질 것"이라며 "(단일화 성사 시) 산술적으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 후보도 보수우파 진영의 후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덧셈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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