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폴트옵션 제도, 노후 안전판 역할 기대

머니투데이 윤영호 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장  | 2022.02.03 04:38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률 상승과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율, 그리고 각종 치료제의 등장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작년 1월 미국의 근로자복지연구소(EBRI)에서 근로자와 퇴직자를 대상으로 은퇴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근로자 및 퇴직자의 4명 중 3명이 은퇴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재무적 기준으로 노후 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퇴직자는 전체의 72%에 이르렀으며,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한 퇴직자는 무려 80%에 달했다. 주식 투자와 저축 등으로 소득이 증가한 탓도 크지만, 미국은 이미 연금부자가 많은 나라다. 지금도 레딧 등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100만불 퇴직연금 계좌 인증 글과 사진이 넘치고 있다.

반면 국내의 모 생명회사에서 2020년 10월에 중·노년기 불안심리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미국과 크게 달랐다. 40대에서는 85%이상이, 60대 이상에서는 70% 이상이 노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경제적 불안감이 높아져 이를 호소했다는 점이 연구 결과였다.

미국과 한국의 이러한 차이는 퇴직연금제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20년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확정기여(DC)형 계좌 평균 적립금은 2000만원을 하회한다. 미국의 401k 퇴직연금계좌의 수익률은 연 7%대이지만, 한국은 고작 2%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가입자로서도 퇴직연금계좌에 불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러한 퇴직연금 후진국인 우리나라에도 6월부터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형(IRP)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도록 된 점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업에 바빠 퇴직연금에 신경을 쓸 수 없었던 가입자들도 이제는 디폴트옵션을 통한 장기 분산 투자로 미국과 같이 연금부자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길이 마련돼서다.

퇴직연금제도의 성공은 단순히 퇴직연금 가입자의 안정적 노후의 삶의 기반 조성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2039년 적자전환에 이어 2055년에는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암울한 상황, 2045년 고령인구 비중 37.0%로 세계 고령화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40%에 가까운 매우 높은 노인 빈곤율 등만 보더라도 공적연금에 더 이상 우리의 노후를 맡기긴 곤란하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금 선진국처럼 퇴직연금제도가 자리를 잘 잡는다면 현재로서 매우 낮은 사적연금 가입률이 제고될 것이다. 또한 공적연금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국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디 디폴트옵션 제도가 잘 안착해 가입자는 적격 상품을 손쉽게 고르고, 퇴직연금상품을 출시하는 금융회사는 고객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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