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축구가 유독 중동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데다, 이란을 제외한 한 수 아래의 팀들과의 맞대결에선 밀집수비나 침대축구까지 극복해야 했던 터라 최종예선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마저도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표현으로 혹독한 조편성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실제 초반 여정부터 흔들렸다. 지난해 9월 당시 피파랭킹 70위 이라크와 첫 경기부터 득점 없이 비기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손흥민(토트넘)은 혹사 논란 속에 이어진 레바논전에 부상 결장했고, 진땀 끝에 레바논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10월 시리아전 역시 1-1로 맞서다 후반 44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 덕분에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벤투호의 최종예선 초반 흐름은 분명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위기론도 끊임 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대 고비'였던 이란 아자디 원정길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홈에서 1-0으로 꺾으면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마침 한국과 이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이 서로의 발목을 잡으면서 A조 판도는 한국과 이란의 양강체제로 일찌감치 굳어졌다.
이란 원정 무승부 이후 예선 4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린 한국은 결국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달리며 승점 20점 고지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11골을 넣었고, 단 2골만을 실점하는 완벽한 기록까지 더했다. 결과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이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이어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엔 최종전까지 모두 치른 뒤에야 월드컵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막바지마다 늘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했는데,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만큼은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월드컵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브라질과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 6번째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달성했다. 벤투호의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여정은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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