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사고, 사라진 운전자가 '뺑소니' 신고…억울한 일 안 당하려면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2.02.01 07:00
(홍천=뉴스1) 신웅수 기자 = 2022.1.1/뉴스1

사고사례 1 #명절 귀경길 지방 국도에서 앞서가던 차를 살짝 추돌한 A(59)씨. 살펴 보니 양 차량에 큰 흠집은 없었다. 상대 운전자 B씨도 부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차량 통행이 많고 기울기가 심한 언덕 길에다 교차로 직전 지점이라 A씨는 피해차량에게 교차로를 지나 오른편에 차를 다시 대고 얘기하자고 말했고 피해자도 동의해 출발했다. 차를 한적한 곳에 대고 기다렸지만 뒤따라 오겠다던 피해차량이 오지 않았다. A씨는 사고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피해차량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피해가 경미해 그냥 갔다고 생각하고 귀가한 A씨에게 며칠 후 B씨에 의해 뺑소니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의 연락이 왔다.

사고사례 2 #사거리 국도에서 유턴차량에 의해 운전석 옆면을 충돌당한 운전자 C씨. 일정이 바빴던 C씨는 외진 시골 국도에서의 사고라 보험사 출동이 오래 걸릴 거 같아 가해 운전자 D씨가 운전 실수를 인정하자 사진만 찍고 보험접수를 해달라고 한 뒤 먼저 출발했다. 하지만 이틀 뒤 C씨는 보험사로부터 가해 운전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D씨가 사고당시의 신호변경과 차량의 속도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우회전 뒤 유턴하는 D씨 차량을 보고 앞으로 지나쳐 가라는 의도로 멈춰 서 있었던 C씨 차량을 D씨가 정면을 주시하고 않고 그대로 들이받아 차량끼리 90도 각도로 충돌한 사고였지만, D씨는 남편과 상의 뒤 사고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화면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C씨 차량이 우회전을 하면서 진행중이던 차량이었다고 경찰과 보험사에 거짓말을 했다. 결국 C씨가 선의로 D씨를 보내줬던 게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사고 하루 뒤 신고를 받은 경찰도 사고 당시 장면이 찍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단 이유로 유턴차량이 우회전 차량보다 우선이라면서 정차한 상황에서 들이받혔다는 C씨 항변을 받아주지 않았다.


소위 '뺑소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말한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피해 사상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망간 경우다. 피해자를 다치게 하고 도망가기만 해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만큼 뺑소니는 중범죄로 취급된다.

신고하지 않고 다친 피해자를 유기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를 유기하거나 유기한 피해자가 사망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살인죄와 '법정형' 동일한 사망사고 뺑소니 범죄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뺑소니에서 피해자를 사망케 하고 도주한 경우와 기본형이 같다.
뺑소니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을 우리 형사법에서 살인과 비슷한 정도로 취급할 정도로 죄질을 나쁘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뺑소니에 대한 형사처벌이 엄하단 점을 악용하는 이들도 있다. A씨의 경우처럼 현장에서 차를 이동해 얘기를 하기로 해 놓고 피해 차량이 사라져 연락처를 교환할 틈도 없었는데도 나중에 뺑소니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로 합의금을 노린 경우다.

경미한 사고임에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가해차량 운전자가 구호조치가 없었다면 뺑소니로 취급돼 생각치못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피해차량 운전자 등 승객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자신의 연락처를 주고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 현장에서 의사표시를 확실히 해야 한다.



피해자 "안 다쳤다"며 헤어진 뒤 뺑소니 신고하고 '합의금' 요구



뺑소니 신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구호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엔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로 '구호조치'에 대해 규정돼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다친 사람이 있는지 살펴 부상이 심각한 경우 119 등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물론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엔 눈에 띄는 다친 사람이 없는 경우 연락처를 교환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보험처리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와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운전자가 가해 운전자를 그냥 보내 줄 경우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경부선 서울요금소에서 귀성차량들이 접촉사고가 나서 차량이 정체되고 있다/뉴스1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A씨와 C씨 사례처럼 억울한 상황에 몰리지 않으려면 사고 즉시 보험사에 연락해 현장을 확인하게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는 점을 의식해 차량을 이동할 경우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사진과 동영상으로 사고 장소를 여러 구도에서 찍어 놓은 뒤 이동해야 한다. 사고 당시 상대방 실수를 인정하는 내용을 녹화나 녹음의 방법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다. 블랙박스가 장착된 경우엔 사고 직후 즉시 메모리 카드를 빼서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사건에서 A씨는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오히려 A씨가 도망갔다며 신고했지만 A씨 차량의 블랙박스에 만나기로 한 지점에서 기다리는 상황, 피해자 B씨가 오지않자 사고지점으로 되돌아가 살펴보는 모습이 다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도주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A씨는 뺑소니 의도가 없었지만 피해자 B씨가 A씨와 사고처리를 의논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진 뒤 뺑소니 신고를 통해 더 큰 합의금을 받으려 한 경우다. 나중에 경찰 조사과정에서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B씨에 대해 알아보니 B씨의 남편은 해당 지역에서 자동차보험도 취급하는 보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A씨 입장에선 B씨가 보험대리점 대표인 남편의 코치에 따라 사고현장에서 일부러 벗어나 사라진 뒤, 뺑소니 신고를 한 것으로 의심될만한 상황이었다.

'무고'가 충분히 의심됐지만 경찰 상담 결과, 뺑소니 신고를 한 B씨를 무고로 고소하기는 쉽지 않았다. B씨와 남편이 고의로 간단한 접촉사고를 중대한 형사범죄인 뺑소니 사고로 만들려는 '고의'가 있었는지부터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와 같은 악의적인 피해자도 있을 수 있기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 반드시 상대방에게 본인의 연락처를 전하고 보험처리여부, 부상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녹음이나 녹화 등의 방법으로 기록으로 남기면 더 좋다.

실제 사건에서 C씨는 경찰과 보험사에 의해 가해자로 인정돼 7:3의 비율로 사고 처리를 해야했다. 실제 가해자인 D씨는 사고책임 비율에서 유리해지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아이와 함께 입원해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뺑소니 사고에서 '도주'에 해당하려면 △운전자가 사고로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할 것 △ 피해자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 △사고현장을 벗어나 사실상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해야 한다. (2012도1474판결)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자신의 연락처를 상대방에게 전하고 사고처리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면 최소한 뺑소니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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