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오미크론 걸리자"…'자연면역' 주장에 놀란 이유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2.01.30 10:30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차라리 한 번 걸려서 자연면역 얻는 게 낫지 않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증상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 보다 감염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공개된 오미크론 초기 연구 결과만을 바탕으로 방심하다간 후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일 각종 SNS(소셜미디어)와 관련 기사 등에는 '3개월마다 추가 접종 받느니 오미크론에 걸려서 자연면역 얻는 게 낫겠네', '걸려봤자 감기 수준인데 방역 풀고 전 국민이 한 번씩 앓고 지나가자', '어차피 돌파감염되는데 백신 맞는 대신 약한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싶다' 등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증상이 경미하다고 결론 내리고 일부러 감염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현재까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지만, 변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민경 국립중앙의료원(NMC)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다른 변이에 비해 중증도가 확실히 낮지만 인플루엔자(계절 독감)보다는 전파력이 세고 중증도도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파력은 델타보다 2배 이상 높다. 다른 변이에 감염된 사람이 오미크론에 재감염될 수 있다"며 "영국에서는 델타 변이의 유행 시기보다 재감염률이 16배 높다고 한다. 감염됐더라도 면역 세포가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식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소위 '면역회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도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치명률은 0.16%로, 계절 독감 치명률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화율이 낮다는 이유로 방역조치를 완화하자는 입장에 대해 "차라리 걸리는게 낫다는 의견 뒤에는 그에 따라오는 희생자들을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지난 11일 미국 CNN 방송은 "일부러 감염돼 면역력을 획득하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로버트 머피 글로벌 보건연구소장도 "(일부러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건)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어나면 백신을 맞지 않은 소아·청소년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국내 5~12세 연령층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보고된 오미크론 감염 증상은 기침과 피로, 코막힘, 콧물, 인후염, 두통, 발열 등 일반 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각과 후각 상실, 척추 통증, 동상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 외에도 심각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오미크론이 먼저 확산된 영국에서는 20대 환자들이 목 안을 커터칼로 긁는 듯한 고통을 3일 이상 심하게 느꼈다는 보고도 나온다.

한편, 방대본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7532명이다. 5일째 1만명대 발생을 기록하고 있다.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추이는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최근 2주간 '3856→4070→5804→6601→6767→7007→7628→7512→8571→1만3012→1만4518→1만6096→1만7542→1만753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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