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뭔말?" 애매한 지시, 모든일 관여…숨막히는 '시진핑 리더십'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01.29 15:22

이해하기 어려운 '두루뭉술' 메시지에 눈치작전,
사교육 규제 '9학년→12학년' 바뀐 배경 알고보니…
"일 못한다" 아랫사람 신뢰 안해, 시시콜콜 나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주석이 이렇게 작은 사안까지 직접 챙기나"….

절대권력 기반을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독특한 리더십에 공산당 당국자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호한 의사 표현으로 관리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가 하면, 아랫사람을 믿지 못해 지나치게 세부적인 정책까지 관여하는 최악의 지도자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구체적인 메시지 없이 애매 모호하게 의사를 표현해 공산당 관리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과잉 규제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00억달러(121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 개혁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초 베이징 교육 당국자들에게 사교육 개혁을 지시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 부유한 사람들의 자녀는 더 큰 혜택을 입게 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교육을 개혁하라는 지시에 교육 당국은 12학년까지 사교육 상한선을 정하고 모든 사교육 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재등록하도록 조치했다. /사진=AFP
'공동부유'에 기초한 정책인 것은 확실했지만 문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 주석의 지시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규제를 해야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교육 당국자들은 머리를 짜내 9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사교육 상한선을 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는 시 주석을 흡족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는 "계획이 너무 약하다"는 한 문장 짜리 메모를 교육 당국에 하달했다. 관계자들은 비상에 걸렸다. 이후 사교육 당국은 사교육 상한선을 12학년까지로 확대하고 모든 사교육 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재등록하도록 조치했다. 이후 교육 관련 회사들은 교사 등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했다.



"느슨해졌다" 시 주석 말 한마디에…확진자 1명에도 '벌벌'


도시 전체를 한달 가까이 봉쇄했던 중국 시안. 1300만명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받았다. /신화통신=뉴시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놓고도 시 주석과 다른 고위 관리 사이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말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지속하자 일부 중앙 관리는 '제로 코로나' 무관용 방침을 중단하고 다른 서방국처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의견에 시 주석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당국자들이 방역에 느슨하고 무감각해졌다"고 답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위드 코로나'는 금기어가 됐다. 시 주석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지방 당국자들은 대부분 더 과도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 담당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처벌 받을 것이 겁나 과도한 방역 조치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선 감염자 1명 때문에 3만명이 강제로 검사를 받았고, 초등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어린 학생들을 자정이 될 때까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23일 도시 전체가 봉쇄된 인구 1300만명 규모의 산시성 시안은 거의 한 달이 다 된 지난 16일에야 주민들의 외출금지령이 부분 해제됐다.

중국 당국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시 주석의 이 같은 지시방식은 관료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한편 정책 토론이 어려워져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정책을 입안하도록 만든다"며 "일부 관료들은 시 주석의 우선 순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과도한 해석으로 기울어 정책이 뒤집히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국가주석이 이런 것까지 직접 챙긴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나치게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지도자 스타일이어서 관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시 주석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관장하는데 너무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간섭해 관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과거 총리가 담당하던 경제 분야와 국가 안보를 총괄하는 최소 7개 위원회의 위원장을 시 주석이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자들의 처벌도 직접 한다. 중국에선 차관급 이상의 당국자에 대한 처벌은 기율담당 최고 당국자 대신 반드시 시 주석의 서명이 필요하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200명 이상 차관급 관리에 대한 처벌을 단행했다. 당국자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 2018년 충성도를 평가하는 능력평가 시스템도 도입했다.

더 세부적인 것들도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시 주석이 직접 나서서 중단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해 9월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의 송환과 관련해 미국과의 합의도 개인적으로 승인했다.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조사 결정, 야생동물불법거래 단속 정책 등에도 직접 개입했다.

최고위 지도자인 시 주석이 자질구레한 사안까지 시시콜콜 나서는 것은 아랫사람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공산당 기율검사위 고위당직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일부 관리들은 당 중앙이 지시를 해야만 움직인다"며 "(내가)일일이 지시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복잡한 사안을 다룰 능력 없는 당국자들이 많아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지시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충성심이 당국자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되면 최고 지도자의 지시가 애매하고 혼란스러워도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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