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작년 벤처투자 7조…샴페인 터뜨리긴 이르다

머니투데이 곽노성 혁신과규제연구소 소장 | 2022.02.07 03:40

[UFO 칼럼]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2벤처붐'이 궤도에 올랐다. 2021년 벤처투자는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8.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이 15개사고 1000억원 이상인 예비유니콘도 320개사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 유니콘이 기업공개나 인수·합병을 통해 엑시트한 '엑시콘'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 유니콘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급격히 증가하는 규제부담이다.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에 자금조달은 큰 문제가 아니다. 밀려오는 투자자를 선별할 정도다. 비즈니스모델도 일정궤도에 올랐다. 계속 발전시켜야 하지만 기반이 탄탄하다. 지명도가 올라간 만큼 좋은 인재도 몰린다.

반면 규제는 다르다. 정부의 관심이 커질수록 규제부담은 더 늘어난다. 급격한 기업가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기업규모나 조직력이 중소기업 수준인 유니콘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은 유니콘이 규제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유니콘이라고 무조건 규제를 안 할 수는 없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엄격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규제라면 운용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방식이다. 유니콘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로 너무 경직됐다. 때로는 규제를 하는 이유가 사라지고 규제기관의 권위만 남기도 한다.

대표 사례로 당근마켓의 실명제 의무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중고거래에서 분쟁이 발생 할 경구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실명과 주소를 공개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한 스타트업계의 반발은 거셌다. 익명성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을 뿌리째 흔드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언론은 물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공정위의 조치가 과도하다며 스타트업계에 동조했다. 결국 국회가 나서서 실명제 의무화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렇게 무산될 것 같던 중고거래 실명제가 공정위의 유권해석으로 살아났다. 공정위는 뒤늦게 실명제는 이미 현행법에 있는 규제고 법 개정은 단지 규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공정위는 당근마켓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법 개정안의 타당성 논란이 기업의 현행법 위반조사로 변질됐다.

공정위가 실명제 의무화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명령통제란 귄위에 의존한 전통적 규제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재량권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과정을 일일이 통제하고 기업은 현장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켜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효율성이 낮다. 특히 공무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금지하기 때문에 혁신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크다.

선진국은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규제방식을 대안으로 활용한다. 기업이 지켜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방법은 기업에 맡긴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의 경우 배출량만 줄일 수 있다면 연식이 오래된 차도 낮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제(HACCP)처럼 정부는 지켜야 할 일정한 절차만 제시하고 운영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기도 한다. 중고거래 분쟁조정도 실명제를 의무화하기 전에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방법은 기업에 맡기는 것을 우선 시도해야 한다.

유니콘은 덩치는 크지만 아직 미숙한 청소년과 같다. 이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곤란하다. 유니콘이 엑시콘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의 상황을 보면서 규제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권위를 강조하는 명령통제가 아니라 기업이 재량권을 갖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