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되는 친환경은 쓸모없다"...英·獨 탄소중립 전문가의 조언

머니투데이 런던(영국), 함부르크(독일)=이강준 기자 | 2022.02.03 05:14

[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마지막회): 한국을 향한 조언

편집자주 |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왼쪽부터 해나 매리 굿래드 에퀴노르 신재생에너지 부문 발틱지역 사업개발 그룹장, 옌스 케르스탄 함부르크 환경·기후·에너지·농업부 장관/사진=이강준 기자

"친환경이 경제와 반대로 가는 건 설득력이 없다"

독일에서 가장 급진적인 친환경 정책을 내놓는 녹색당의 한 당원이 답한 말이다. 녹색당은 최근 독일의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각각 상징하는 적·녹·황색을 본따 현 연립정부를 비유하는 말)에 참여하면서 15년만에 연방중앙정부에 진출했다.

문화·산업구조가 딴판인 섬나라 영국에서도 '지역사회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친환경은 쓸모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해상풍력 산업을 국가적으로 발전시킨 영국은 지역경제가 무너져가던 한 마을을 복구시킨 사례도 많다.

지난해 11월 30일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해나 매리 굿래드 에퀴노르 신재생에너지 부문 발틱지역 사업개발 그룹장은 "친환경 에너지 혁명·대전환은 좋은 직장(Good Jobs)를 준다는 확신을 전해야 한다"며 '경제적인 친환경'을 강조했다.



쇠락하던 '그레이트 야머스' 해상풍력 발전으로 부활…2030년까지 일자리 6000개 이상 창출


그레이트 야머스의 한 해변가. 바다 위 해상풍력 발전기가 보인다/사진제공=그레이트 야머스 시청

굿래드 그룹장은 잉글랜드 동부 해안에 위치한 '그레이트 야머스(Great Yarmouth·이하 야머스)' 시(市)의 성공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야머스는 석유·가스 산업, 건설업, 어업 등이 고루 발달한 항구 도시였다.

그러나 저탄소 기조와 어획량 감소 등 복합적인 문제가 엮여 야머스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부 해안에 위치해 여행산업이 돈을 벌어다주기는 했지만 '계절 장사'여서 365일 벌 수 있는 수입원이 되진 못했다.

야머스의 부활은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을 국가 어젠다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얕은 수심, 꾸준히 부는 바람이 조합돼 최적의 해상풍력 조건을 갖춘 야머스에 대대적 투자가 진행됐다. 야머스가 속한 노퍽(Norfolk), 서퍽(Suffolk)주에 총 110억파운드(약 17조80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6000개 이상의 양질 일자리를 창출해낼 예정이다.

야머스는 이미 영국 해상풍력 산업의 중심이 됐다. 해상풍력 단지 건설, 시설 유지에 필요한 모든 업무는 야머스 현지 업체들이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개 이상의 일자리가 발생했고, 해상풍력 업체의 적극적인 재교육으로 어민들은 해상풍력 발전 업계 종사자로 재탄생했다.


굿래드 그룹장은 "영국 동쪽 해안 도시들은 사회적으로 낙후돼있었는데,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직업을 창출해내고 지역을 다시 살려냈다"며 "특히 야머스는 어업이 무너지면서 도시 전체가 패색이 짙어졌는데, 해상풍력 산업으로 마을 전체가 통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중앙정부 진출한 녹색당…"경제와 환경은 따로 가는 게 아냐"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올라프 숄츠 새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열린 첫 각료회의에 앞서 각료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지난달 2일 오후 3시 독일 함부르크 주(州)정부 사무실에서 만난 옌스 케르스탄 환경·기후·에너지·농업부 장관(녹색당)은 "기후 보호를 추진할 때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해야한다"며 "그래야만 다른 정당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새 연립정부에서 경제·기후부, 환경부, 농업부 장관직을 맡았다. 경제·기후부는 기존의 경제·에너지부를 확장해 에너지전환 및 기후보호와 독일 경제발전의 조화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새 정부에서 가장 힘이 강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처다.

케르스탄 장관은 산업계를 대표하는 사회민주당과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이 정책적 합의에 이를 수 있던 배경을 '친환경과 경제발전은 동의어'라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봤다.

신호등 연정은 '더 많은 진보를 감행하다(Mehr Fortschritt Wagen)'라는 연정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엔 녹색당의 입김이 들어간 기후 정책이 대거 포함됐는데, 탈석탄 시기를 기존 2038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20년 40%에서 2030년 80%로 끌어올리고, 전기자동차 1500만대 확충, 철도 화물운송 25% 확대가 목표다.

케르스탄 장관은 "경제와 환경은 따로가는 게 아니다"라며 "경제적인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진행해온 덕분에, 이젠 기후 부문에 있어서는 다른 정당들이 녹색당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형식이 됐다. 중앙정부서 힘있게 기후 보호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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